‘금 현물 ETF’ 각축전, 또다시 불거진 ‘보수인하’ 경쟁

‘금 현물 ETF’ 각축전, 또다시 불거진 ‘보수인하’ 경쟁

한국투자신탁운용 보수 0.15%, 미래에셋자산운용 0.05%

기사승인 2025-06-26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상장지수펀드(ETF) 보수인하 경쟁이 금현물 상품까지 번진 모양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선점한 금현물 ETF 시장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뛰어들며 보수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4일 ‘TIGER KRX금현물 ETF’를 상장했다. 해당 상품은 KRX금시장에 투자하는 금현물 ETF로 KRX 금현물 지수를 기초지수로 추종한다. 아울러 실물 금을 펀드에 편입하고, 국가 공인 금고에 보관하는 현물형 ETF다.

금현물 ETF는 소액으로 투자하면서 실제 금현물을 보유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울러 실물 골드바를 구입할 때 드는 기타 비용이나 금선물 ETF 운용에 필요한 롤오버(만기연장) 비용 없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다만 TIGER KRX금현물 ETF 상품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지난 2021년 12월 출시한 ACE KRX금현물 ETF와 구조적으로 차이가 거의 없는 상품이다. 실물 금의 펀드 편입과 금고 보관, KRX 금현물 지수 추종 등이 동일해서다.

상품별 구성종목도 마찬가지다. ACE KRX금현물은 금현물(99.99%) 1kg 99.62%, 원화현금 0.37%로 집계됐다. TIGER KRX금현물 ETF의 경우 금현물(99.99%) 1kg 99.67%와 원화 현금 0.32%로 구성됐다. 사실상 차이점을 찾기 어려운 구조다.

이같은 상황 속에 미래에셋은 보수인하를 통해 차별성을 꾀하고 있다. TIGER KRX금현물 ETF의 총보수는 연 0.15%로 국내 상장된 금 투자 ETF 중 최저 수준이다. ACE KRX금현물 ETF의 총보수는 연 0.5%로 미래운용 상품과 보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미래에셋은 한국투자의 ACE KRX금현물 ETF를 의식한 듯한 경쟁 발언도 내놓은 바 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대표는 “기존 상품들은 0.5% (보수) 수준의 상품이 있다”라며 “언제 올지 모르는 횡보장을 거치려면 저비용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런 면을 주목해 보수를 낮췄다”고 했다.

한국투자도 미래에셋의 수수료 인하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총보수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 한투운용 관계자는 “보수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수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한국투자는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급하게 경품 증정 이벤트도 실시하고 나섰다. ACE KRX금현물 ETF 10주 이상 신규 매수자와 3개월 이상 장기 보유자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골드바를 증정하는 이벤트에 돌입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상품 구조상 차별성이 없음에도 보수인하로 출혈경쟁을 야기하는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진단에 기인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보수인하가 현실적으로 가장 와닿는 부분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를 경쟁적으로 펼치는 것이다”라면서 “그러나 보수 경쟁으로 출혈 구도를 형성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ETF 시장에 부정적이다. 일종의 치킨게임으로 변질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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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