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 밀맥주’ 콜라보 파열음…대한제분-세븐브로이, 기술탈취 갈등 ‘격화’

‘곰표 밀맥주’ 콜라보 파열음…대한제분-세븐브로이, 기술탈취 갈등 ‘격화’

대한제분, 세븐브로이 주장에 “우리가 피해…채무부존재 확인 소제기”
세븐브로이, 대한제분 레시피 요구해 사용…부정경쟁방지법 위반

기사승인 2025-06-26 06:00:08
세븐브로이가 만든 ‘곰표 밀맥주 시즌1’(왼쪽)과 제주맥주 ‘곰표 밀맥주 시즌2’(오른쪽). 

수제 맥주 시장의 부흥을 이끈 ‘곰표 밀맥주’ 협업이 기술 탈취와 계약 위반 논란으로 얼룩지고 있다. 한 때 파트너였던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간 갈등은 국회 조정에도 불구하고 봉합되지 못한 채 법정 다툼으로 번질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의 기술 탈취·하도급법 위반 등의 주장에 명예가 실추되는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대한제분은 입장문을 내고 “세븐브로이가 지속적인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하는 등 피해를 초래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한제분은 법적으로 채무 없음도 입증하겠다는 입장이다.

‘곰표 밀맥주’는 양사가 협업해 지난 2020년 5월 출시한 제품이다. 6000만캔이 판매되는 등 인기를 끌었으나, 2023년 4월 상표 계약 종료 이후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가 아닌 제주맥주와 디자인이 유사한 ‘곰표 맥주 시즌 2’를 내놨다.

이에 대해 세븐브로이 관계자는 “상표 계약을 했어도 곰표 밀맥주가 팔리도록 노력한 건 세븐브로이가 3년 동안 판매 촉진과 마케팅 등을 활용해 만든 것”이라며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에 아무 동의를 얻지 않고 그대로 성과물을 가져갔다.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특히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이 계약 해지 후에도 곰표 밀맥주 재고 판매를 막아 2240톤, 277만 캔을 폐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계약서상 6개월간 재고 판매가 가능했음에도 이를 금지한 것은 계약 위반이며 거래상 지위 남용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대한제분은 세븐브로이가 주장하는 손해는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곰표맥주 시즌 1’ 콜라보를 위한 세븐브로이와 당사 간 계약은 3년의 기한을 정한 상표권 라이선스 계약”이라며 “한시적 마케팅인 콜라보의 특성상 계약기간이 끝나면 계약도 자동 종료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기술 탈취 논란의 핵심인 세븐브로이의 곰표 밀맥주 ‘레시피’도 받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고유한 레시피가 인정되려면, 맥주 제조 시 담금 및 발효의 온도·시간 등 핵심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하지만, 세븐브로이가 제공한 서류에는 해당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는 게 대한제분의 입장이다.

대한제분에 따르면 이들이 받은 수출 필수서류는 일본 법령에 규정된 △원재료표(영양성분표) △제조공정표 △품목제조보고서 등이다. 그러나 세븐브로이 측은 대한제분에 전달한 자료가 레시피에 해당한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은 “대한제분이 수출신고 명목으로 기술 자료를 요구했으며, 세븐브로이가 보복을 우려해 제공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세븐브로이는 대한제분에 상표를 빌려 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에 계약관계나 추후 보복을 우려해 기술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세븐브로이는 장기화된 경영난 끝에 지난달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김건주 기자
gun@kukinews.com
김건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