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고령자 800만명 코앞인데…치매‧장기간병 보험 가입 둔화

치매고령자 800만명 코앞인데…치매‧장기간병 보험 가입 둔화

기사승인 2025-06-27 06:00:08
치매 및 장기간병보험의 가입 건수가 올해 들어 소폭 감소했다. 프리픽

올해 치매‧장기간병 보험 가입이 둔화하고 있다. 보험이 필요한 고령자가 8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가입률은 일본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보험업계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치매‧간병보험은 진단비, 치료비, 검사비, 간병인 사용일당, 입원일당, 생활자금 등 다양한 자금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장기요양보험으로 전액 보장되지 않아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본인부담금이나 비급여 비용도 보상한다.

27일 보험연구원 보험통계조회서비스에 따르면 치매‧장기간병보험의 표준형과 무저해지형을 합산한 첫회 보험료는 올해 3월 말 기준 누적 365억6834만원으로, 전년 동기(502억412만원)보다 72.9% 감소했다. 첫회 보험료는 2023년 1분기 말 121억9147만원에서 지난해 500억원대까지 늘어났지만 올해 300억원대로 급감했다. 

월말 보유계약건수도 올해 3월 말 기준 120만건으로 전년 동기(122만건)보다 2만건(1.6%) 줄었다. 같은 기간 신계약 건수는 1만3050건에서 9214건으로 감소했다. 보험 해지 역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 보험 해지는 2만986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건 늘었다. 반면 지난해 1분기 해지 건수는 전년보다 1100건 적었다.

치매‧간병보험의 국내 가입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22년 기준 보험연구원이 집계한 치매간병보험 가입률은 65세 인구 전체의 17.9%다. 반면 일본은 민간 개호보험이나 개호특약 보유 비율이 △65~69세 21.2%, △70~74세 16.1%, △75~79세 13.9%, △80~84세 10.8%, △85~89세 13.8%, △90세 이상 30%로 높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상석연구원 겸 아지아대학 특임 준교수는 “전체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20% 이상이 해당 보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치매 대중화가 일어나고 있어 보험을 통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올해 기준 일본의 치매 환자는 471만명, 경도인지장애는 564만명으로 총 1035만명이 치매고령자로 분류된다. 국내 치매고령자도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류재광 일본 간다외국어대학교 준교수는 “국내 치매고령자는 800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장기요양보험의 본인부담금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보험의 필요성을 더한다. 

치매‧장기간병 보험 활성화를 위해 국내 보험사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요양급여로 보장받을 수 없는 본인부담금이 증가하며 민영보험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요양사업의 수익성이 낮더라도 고객접점을 확보하는 등 보험회사가 시장에 진입해야 할 유인이 있다”고 주문했다.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계완 교보생명 종합자산관리팀장은 “치매보험 보장 방식은 대부분 현금 지원”이라며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녀를 1~2명밖에 낳지 않은 세대라 독거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큰데, 보험금이 나오더라도 어떻게 요양원에 가고 요양 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체계를 마련하고 보험상품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2분기에는 치매‧장기간병보험의 첫회보험료와 신계약 건수가 일부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금융감독원의 과도한 보장 제한으로 지난 4월 간병보험의 보장 한도를 줄인다는 공지가 나오면서 막판에 가입한 수요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간병인 사용일당이 줄어들기 전에 가입하라는 절판 영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모 대형 보험사도 간병인 사용일당을 높게 지급했다가 손해율이 급등해 타격을 입었다”면서 “보험사 입장에서 제공하기 부담이 있는 상품은 맞다”고 설명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