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을 나서는 의사들, 방문진료 활성화를 위한 제안 [기고]

문밖을 나서는 의사들, 방문진료 활성화를 위한 제안 [기고]

기사승인 2025-06-27 06:00:08
노동훈 편한자리의원 원장·칼럼니스트
문밖을 나서면 병의원 간판이 즐비하다. 하지만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환자가 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퇴원 직후의 중증 환자, 중증 장애인이나 말기 질환자가 그렇다. 그들에게 찾아가는 의료가 필요하다. 

방문진료는 진료 이상의 역할을 한다. 삶의 연장선에서 만나는 유일한 접점이고, 죽음과 맞닿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동행이다.

하지만 현실은 제한적이다. 방문진료는 시범사업에 머물러 있고 참여 의사는 부족하며, 수가는 낮고 시스템은 미비하다. 많은 환자들이 요양병원이나 시설, 또는 무의료 상태로 몰린다. 인구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지금, 방문진료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먼저 시간과 노동을 반영해 수가체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방문진료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이동과 대기, 설명, 기록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30~60분인데 수가는 단순 진료 행위만 보상하고 있다. 

해결점을 찾으려면 이동시간과 진료 소요시간을 고려한 포괄수가제를 적용해야 한다. 현재의 진료 수가로 의사의 참여를 늘리기엔 역부족이다. 방문 전엔 환자, 보호자와 소통하고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보상도 높여야 한다. 100건으로 제한된 방문진료 횟수를 늘릴 필요도 있다. 

이어 팀을 기반에 둔 돌봄이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의 방문진료는 의사 단독으로 움직이거나 간호사 한 명이 동행한다. 그러나 돌봄의 요구는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욕창 관리, 상처 드레싱, 재활 지도, 복약 지도, 정서 지지까지 혼자 다 할 수가 없다. 필자는 방문진료 초기에 홀로 예약, 방문, 진료, 수납, 복약 지도 등을 챙기느라 자동차 사고가 난 적도 있다.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치위생사 등으로 구성된 지역 방문진료팀 모델을 꾸려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현재 의사, 간호사를 제외한 다른 직역은 수가가 없는 상태로, 현장에서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쉽지 않다. 

특히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실현하기 위해선 장기요양보험, 복지서비스의 연계가 뒤따라야 한다. 방문진료를 시작한 뒤 의정부시에 방문진료 모델을 제안했으나, 담당자의 이해 부족과 재원이 많이 들 것이란 막연한 거부감으로 인해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의료정보를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도 병행해야 한다. 환자가 퇴원하면 진료정보는 끊기고, 의사는 환자의 진단·약물·검사 결과를 확인할 길이 없다. 이는 중복 진료,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플랫폼과 연계한 디지털 재택의료 플랫폼의 개발이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재원을 마련하는 일이다. 정보의 흐름이 끊기면 진료는 멈춘다. 데이터 기반 방문진료가 가능해야 환자와 가족이 안심할 것이다. 

현재 방문진료는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참여 요건이 까다롭다. 동네의원이 자율적으로 동참하는 데 한계가 있고, 사업의 지속성에 대한 불안도 크다. 이를 해소하려면 일차의료 방문진료, 장기요양 재택의료, 장애인 건강주치의 등 시범사업의 법제화 및 본사업화가 이뤄져야 한다. ‘정책이 바뀌면 사라지는 서비스’라는 인식을 없애도록, 방문진료 제도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방문진료 교육을 포함해 전공의·개원의를 대상으로 지속적 교육 체계를 세워야 한다. 개원 초기 필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보이지 않는 장벽이 의사의 참여를 망설이게 한다. 

집으로 찾아가는 진료인 방문진료는 왕진의 부활이 아닌, 미래 의료의 대안이다. 병원 중심의 고비용·비효율 구조에서, 환자 중심의 맞춤형·연속적 관리로 전환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의료는 병원에 국한하지 않는다. 환자의 삶이 있는 곳, 집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그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이 많아질 때, 진정한 의미의 재택의료 시대가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