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불안 주택이 됐다”…경매로 넘어간 청년 안심 주택

“청년 불안 주택이 됐다”…경매로 넘어간 청년 안심 주택

기사승인 2025-06-27 14:30:11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청년 안심 주택 잠실 센트럴파크 경매 피해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유림 기자

서울시와 SH공사가 공급한 ‘청년안심주택’ 가운데 하나인 잠실 센트럴파크에서 강제경매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입주 청년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의 책임 있는 대응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잠실센트럴파크 청년 안심 주택 비상대책위원회는 강제경매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시를 믿고 계약했던 청년안심주택에 계약해서 살고 있었는데 집이 강제 경매에 넘어갔다”며 “서울시가 책임을 계속 회피하는 데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청년안심주택은 서울시가 만 19~39세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낮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SH공사가 운영하는 공공임대, 민간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 등이 있다. 잠실 센트럴파크 청년 안심 주택은 시행사가 시공사에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경매로 넘어갔다. 해당 청년 안심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다.

잠실센트럴파크 입주민 A씨는 “입주한지 1년도 안 돼서 경매라는 사태가 벌어졌다. 보증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로 경매 집행이 됐다”며 “피해 규모가 총 238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매 집행이 결정된지 4개월이 지났으나 해결된 게 없다. 대주단에서도 돈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임대인 측에서 에스크로 계좌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다고 했으나 아니었다”며 “보증금 200억원은 원금 상환으로 갚고 나머지 40억원은 일부 사업비, 이자 등으로 사용돼 보증금이 공중으로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청년 안심 주택이 청년 불안 주택이 됐다”고 토로했다.

27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잠실 센트럴파크 경매 피해 대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유림 기자

입주민 B씨는 “서울시 안심 주택이라는 말만 믿고 입주했다”며 “서울시는 아직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가 없다. 서울시의 부실한 정책으로 인해 인생 전체가 발목 잡혔다”고 발언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정주리 송파구의회 의원은 “청년들에게 주거는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자립의 시작이고 사회에서 첫 삶을 설계하는 기초”라며 “서울시가 만든 정책 때문에 신혼을 미루고 이직을 포기하고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다. 서울시가 정책 리스크를 청년들에게 전가한 결과다”고 언급했다.

정 의원은 “시행사가 무너지면 정책도 함께 무너지는 구조는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된 것”이라며 “공적 자금을 투입해 SH공사가 직접 매입하거나 최소한 새로운 세입자가 안심하고 들어와 모든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시가 실질적으로 보증금 반환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적 조치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현 송파구의회 의원은 “시행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대주단은 더 이상 돈이 없다며 협조를 미루고 있다. 정책을 설계한 서울시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지 않느냐”며 “지금이라도 SH공사의 전향적인 결정과 서울시의 직접 개입을 통해 청년들의 보증금이 안전하게 반환되게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서울시는 뒷짐만 지고 있다. 경매는 권리 관계 처분을 위한 최후의 수단이지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한 최선의 수단이 아니다”라며 “법적 절차에 들어가는 금전적, 시간적 비용은 임차인에게 남는다. 서울시가 임대 사업자에게 시정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시장이 청년안심주택 정책 실패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 △임대사업자는 지연되고 있는 보증금 반환 의무를 즉시 이행할 것 △서울시는 10년의 거주기간을 보장하고 피해주택 공공매입과 같은 전세사기특별법에 준하는 조치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