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주담대 6억원” 초강수 둔 금융위, 여지 남긴 이유

“수도권 주담대 6억원” 초강수 둔 금융위, 여지 남긴 이유

기사승인 2025-06-27 16:42:33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27일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동주 기자

정부가 처음으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한도를 설정했다. 대출로 고액의 주택을 구매하는 ‘영끌’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장 판단에 따라 한도를 넘는 대출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28일부터 수도권과 규제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에 한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27일 발표했다. 다주택자의 주담대를 제한하고, 투기 목적의 대출 실행 차단하기 위해 6개월 내 전입해야 하는 실거주 조건도 관리 방안에 담겼다. 

정부는 6억원 한도 제한으로 갭투자를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은행이 한 사람에게 20억원을 내주기보다 10명에게 2억원을 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융권이 투자나 투기 목적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 국장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6억원 한도 제한은 고소득자의 고액주택 구입에 대출이 활용되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신설한 규제다. 신 국장은 “20억원 이상 대출을 내 고액주택을 구매하는 일은 없게 하겠다”면서 “서울 수도권 주택가격 수준과 주담대 이용 현황, 소득 대비 대출의 적정한 비율 등을 고려해 6억원으로 한도를 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부분 주담대 차주에게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한다. 신 국장은 “국내 모든 대출을 확인한 건 아니지만 1분기 대출 기준 6억원 이상 차주는 10%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수가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을 초래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안에 따르면 수도권 중위소득인 연소득 6000만원 차주가 10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할 때는 바뀐 한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연소득 1억원 이상 차주가 10억원 주택을 구입하거나, 연소득 2억원 이상 차주가 20억원 주택을 구입할 때는 각각 대출한도가 9800만원(14%), 7억9600만원(57%) 줄어든다.

정부는 거액의 갭투자를 막으면 궁극적으로 주택 가격을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 국장은 주거 사다리가 끊기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지금은 대출한도를 줄여 불편이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주택가격이 안정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선을 그었다. 주택가격이 안정되고 대출이 줄어야 차주들이 소득을 이자에 쓰지 않고 소비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금융위는 은행장이나 지점장 등 현장의 판단에 따라 한도 제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자녀의 학업 등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 이상 대출을 내주더라도 제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인맥 대출’ 등 부정한 판단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 국장은 “긴밀히 살펴보고 문제가 있으면 조치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가 있으면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다. 지역 새마을금고 등 금융위가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대출처에서 부정 대출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중앙회와 협회 등과 합의해 (부정 여부를) 살필 것”이라고 했다.

신 국장은 주택 가격 안정화가 수도권 집값의 현상 유지와 하락 중 어느 쪽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아울러 정수호 국토교통부 주택기금과장은 이번 대책과 관련해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뿐 아니라 집값 상승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다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분은 없을 것”이라며 대출 제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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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