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간 관세 협상 시한(8월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이번 협상은 단순한 통상 현안을 넘어, 정부 외교 기조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만큼 대통령실은 사실상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27일 공식 일정을 비우고, 참모진으로부터 실시간 협상 진행 상황을 보고받으며 대응 전략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최근 연일 회의를 열어 정책·안보 라인을 중심으로 미국 현지 분위기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미국 출장을 마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귀국한 뒤 25일, 강훈식 비서실장 주재로 통상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어 주말인 26일에는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 안보실장이 공동 주재해 긴급회의가 개최됐다. 이틀간 회의에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등도 모두 참석했다.
또한 대통령실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오현주 안보실 3차장, 조현 외교부 장관, 문신학 산업부 1차관 등이 26일 회의에 추가로 참석했고, 미국 현지에서 협상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화상으로 연결돼 협상 상황을 공유했다. 대통령실 주도 아래 정부 부처 전반이 긴밀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각 분야의 협상 진행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면서, 안보 협력부터 농산물·조선 산업에 이르기까지 핵심 사안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실질적 진전을 도출할 수 있는 전략 카드들을 다각도로 점검 중이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25일 브리핑에서 “협상 품목 안에 농산물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고, 위성락 안보실장도 “안보 분야의 안정적 에너지가 다른 협상 분야에도 선순환 효과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 양국 간 실질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주에는 구윤철 부총리와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이 미국을 방문해 대면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원격으로 협상 상황을 실시간 조율하며 대응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관세 협상이 국익에 직결될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이 내세운 실용외교의 실효성에 대한 국내외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건, 일본이 앞서 미국과 조기 합의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양국은 상호 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고, 일본이 미국에 5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체결했다. 이 조건들은 향후 한국과 미국의 협상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위 안보실장은 25일 브리핑에서 “5500억 달러가 어떤 방식으로 투자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문서가 없다”며 “더 많은 평가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일 양측이 합의 조건에 대해 엇갈린 해석을 내놓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 정부의 협상에 대한 섣부른 평가를 경계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협상 상황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공유하는 데는 협상 결과를 둘러싼 과도한 불안이나 비관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전략도 깔려 있다. 만약 이번 협상에서 국익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실용외교의 신뢰성뿐 아니라 향후 국정 운영 전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