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가에서 한미 상호관세 협상 타결로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수천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 조성에 따른 정부의 재정부담 악화에 내수 회복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국 무역협상 대표단과 만난 뒤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이 한국과 전면적이고 완전한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미국은 한국산 수입품에 대한 기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하향 조정한다. 아울러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도 15%로 인하한다. 한국은 미국에 조선업 협력 펀드 1500억달러와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원전 등의 대미 투자펀드 2000억달러 조성 등 총합 3500억달러를 투자하게 된다. 아울러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1000억달러 규모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췄다”라며 “이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추후 부과가 예고된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다른 나라에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받게 될 예정”이라며 “(대미 투자펀드는) 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서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진출에 관심 있는 우리 기업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관세협상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번 한미 무역협정 타결로 인해 한국 주식시장에는 긍정적 반응을 보일 것으로 시장은 기대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시장에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반도체, 철강 등 업종이 큰 수혜를 받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대감 선반영으로 업종별 등락이 반복되는 순환매장이 펼쳐질 것이란 진단도 있다.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측가능한 무역환경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관세 피해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철강 등을 비롯한 대형수출주에 우호적 환경”이라면서도 “이미 시장에서는 기대감을 선반영한 상태다. 해당 업종들의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순환매가 지속되는 환경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국이 내수 부문의 자생적 회복력을 높이는 새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관세협상에 따라 재정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류진이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투자펀드 조성의) 실제 출자액은 175억달러(24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간 합의 내용을 보면 투자는 3년에 걸쳐서 이뤄지는 게 기본 계획”이라며 “이를 (한국에) 적용하면 매년 최소 8조원 이상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 고령화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인한 세수 감소 흐름 속에 글로벌 지정학적 트렌드에 따라 국방비 지출도 늘려가야 하는 만큼, 한국 정부의 재정부담은 녹록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6년 이후 한국으로의 투자 유입은 정체됐으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작년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 낙수효과는 매우 미미했다”라며 “중국에서 2020년 쌍순환 전략을 시행했던 것처럼, 한국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수출 경쟁력 제고와 함께 내수 부문의 자생적 회복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은 방안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