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을 시작으로 야4당 대표와 상견례를 마쳤다. 그러나 정 대표는 이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대표와 만나지 않았다. ‘내란’에 대한 사과와 반성 없이는 협치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 대표는 5일 취임 직후 우 의장을 비롯해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 등 진보 성향 야4당 대표를 예방했다. 그러나 이날 제1야당의 수장인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는 별도의 만남을 갖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측에 예방 관련 협조 자체를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신당도 예방 대상에서 제외됐다.
당 대표 취임 직후 상대 당 수장과의 예방은 통상 교섭단체 의석수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이번 정 대표의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권향엽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같은 경우 정 대표가 계속 말했지만 내란 과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성찰이 현재까지 없어서 방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신당 관련해서는 특별한 말씀이 없지만 특검 수사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예방 일정에 나서기 전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민의힘을 겨냥해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불법 계엄 내란에 대국민 사과와 진솔한 석고대죄가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며 “내란 사태를 일으킨 데에 대해서 연대 책임이 있는데도 반성도 없이 찬탄이니 반탄이니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정당해산 추진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박근혜 정권 때 통합진보당은 내란 예비음모 혐의였지만 이번엔 실제로 내란을 일으켰다”며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감이다. 못 할 것 없다”라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나아가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추진을 위한 절차도 준비하고 있다. 의원 징계를 논의하는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여야 동수’ 합의 파기를 거론하면서다. 현재 윤리특위에는 박찬대 의원이 발의한 국민의힘 의원 45명 제명 촉구 결의안이 계류 중이다.
그는 “전당대회를 치르느라 민주당과 국민의힘 6대6 구성으로 합의한지 몰랐다”라며 “윤리특위 구성 규칙 안을 보니 예전엔 위원장 제외하고 동수였다. 위원장이 있으면 7대6이 됐다. 그 규칙이 언제부터 삭제됐다고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합의 과정에서) 여러 속사정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여야 동수 구성은 곤란하다”라며 “어제 원내대표도 본회의 상정은 하지 않는 게 좋겠다 해서 상정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 대표의 이 같은 태도에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여야 대표가 새로 선출되면 다른 당의 대표를 예방하는 것이 그동안 국회의 오랜 관행이고 일반적인 관례”라며 “그것을 다 무시하겠다는 건 포용과 공존이 정 대표 머리에 없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 대표답게 소인배처럼 하지 말고 대인배답게 행동하라”고 말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야당이 대화 상대가 아니라는 식으로 계속 언급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다”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