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이 올해 2분기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뷰티·식품 등 비(非)패션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수 침체와 소비 양극화로 패션 부문 역성장이 두드러지자, 기업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2분기 매출 5100억원, 영업이익 3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6%, 36% 감소했다. MLB, 디스커버리 등을 운영하는 F&F는 매출 3789억원, 영업이익 840억원으로 각각 3.2%, 8.5% 줄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한섬의 매출은 3381억원으로 1.1% 줄었고, 영업이익은 7억원으로 82% 급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3.8% 줄어든 3086억원에 그쳤으며 영업손익은 2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코오롱FnC의 역시 매출이 9.2% 줄어든 2964억원, 영업이익은 53.4% 감소한 75억원에 그쳤다.
LF는 매출이 2.9% 줄어든 4557억원에 머물렀으나, 영업이익은 104.2% 증가한 443억원을 거뒀다. 다만 상반기 패션부문 매출만 보면 6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이처럼 주요 패션기업들의 부진이 이어지자 업계 전반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비패션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뷰티 자회사 어뮤즈의 호실적이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어뮤즈가 지난해 말부터 연결 편입된 뒤 뷰티 부문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3개 분기 연속 갈아치웠다. 올해 2분기 뷰티 매출은 11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 늘었고,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2.2% 증가했다. 일본과 신규 진출 국가에서 매출이 56.4% 뛰며 글로벌 확장세도 확인됐다.
LF는 패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식품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운다. LF는 최근 소스류 제조업체 엠지푸드솔루션 지분 100%를 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B2B 소스·시즈닝 생산 역량을 확보하며 외형 확장을 노린다. LF 전체 매출은 1분기 전년 대비 3.7% 감소했지만, 비패션부문 호조로 영업이익은 22.3% 증가해 사업 다각화 효과를 입증했다.
지그재그, 무신사, 에이블리 등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도 매출 성장세에 힘입어 뷰티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지그재그는 뷰티 전문관과 팝업스토어를 통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무신사는 2021년 뷰티 전문관 오픈 이후 거래액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브랜드 유통도 준비 중이다. 에이블리 역시 AI 추천 기능을 활용해 뷰티 판매를 강화하며 패션과의 교차구매 효과를 높이고 있다.
업계는 당분간 패션업계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국내 패션 브랜드 관계자는 “내수 침체와 소비 양극화가 맞물리며 패션 소비 자체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며 “특히 중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소비자 이탈이 빠르게 진행돼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패션기업 관계자는 “최근 기업들이 뷰티, 리빙, 식품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단순한 매출 보완이 아니라, 경기 사이클에 영향을 덜 받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패션만으로는 성장 동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인식이 뚜렷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실제로 이러한 신사업이 안정적으로 안착하기까지는 최소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고, 그 기간 업계는 구조적 체질 개선을 병행해야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