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술의 발전에 맞춰 의료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데이터와 신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신기술을 활용해 기록과 내부 보고 등 단순 업무 비중을 줄이고, 환자와 소통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다.
국민의힘 정책위원회는 27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국민이 원하는 진짜 의료혁신 토론회’를 열고 디지털 기술 발달에 따른 의료 현장의 변화 방향을 논의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김광준 에이아이트릭스 대표, 강은경 카카오헬스케어 상무이사, 강성지 웰트 대표, 김용식 퍼즐에이아이 대표, 선재원 나만의닥터 공동대표,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 신채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본부장이 참석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021년 회원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의사들은 진료 시간의 40%를 의무기록 작성에 썼다. 간호사들 또한 근무 시간의 약 33%~40%를 보고 업무에 사용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패널들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사와 간호사가 단순 업무에 사용하는 시간을 줄여 의료서비스 품질을 높이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사진 왼쪽부터)강성지 웰트 대표, 김용식 퍼즐에이아이 대표, 선재원 나만의닥터 공동대표가 국민의힘 정책위원회가 주최한 ‘국민이 원하는 진짜 의료혁신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찬종 기자
김용식 대표는 “환자가 10분 진료를 받아도 의사는 절반 가까운 시간을 기록에 쓴다”며 “음성 기반 AI 솔루션을 활용해 기록 업무를 대신하고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채민 본부장도 “해외 연구에서도 AI를 사무 보조에 활용하니 의무기록 작성 시간이 20% 이상 줄고 행정 오류도 감소했다”며 “행정업무 오류도 줄일 수 있어 디지털 기술이 의료진의 업무 효율을 크게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의료 마이데이터를 이용해 의료인들이 환자 맞춤형 상담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길도 열었다. 정부의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은 환자가 본인의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의사가 환자의 과거 질병 이력, 처방 내역, 건강검진 결과 등을 토대로 다면적인 상담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다.
정부는 이를 활용해 비대면진료 플랫폼 나만의닥터와 의료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범사업을 하며 비대면진료로도 심층적인 진료가 가능하게 했다.
선재원 대표는 “의료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범사업 시행 이후에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의료진과 환자의 서비스 만족도가 크게 올랐다”며 “신기술을 활용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의료인들이 신기술을 활용해 더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관련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작업을 먼저 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데이터 표준화 없이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의료서비스 고도화는 어렵다는 의견이다.신채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본부장(왼쪽)과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의료데이터 활용을 위해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찬종 기자
신채민 본부장은 “아무리 많은 데이터가 있어도 병원마다 형식이 다르면 유의미한 활용이 어렵다”며 “표준화와 함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막기 위한 보안을 강화하고, 현장에서 활용하는 AI의 신뢰도를 높이는 작업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 현장에서 신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의료법과 약사법 등 보건의료 관련 법을 개정해도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과 충돌해 신기술 활용이 범죄가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은정 조사관은 “의료데이터를 모아 건강정보 고속도로를 만들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기관들이 각기 다른 법의 범위에 있어 현장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한다”며 “의도하지 않은 범법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의료데이터 관련 법안을 제정·개정할 때 여러 법안을 아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