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원양 해운사 HMM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꾀하며, 해운업 진출을 통한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재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자문단을 꾸려 사업성을 검토 중이다. 철광석과 석탄 등을 대형 선박으로 수입하는 포스코가 해운사를 직접 운영할 경우, 연간 수 조원의 물류비가 절약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을 진행하면서 핵심 사업에 더해 새로운 미래 성장을 위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며 “현재는 성장성과 전략적 시너지 가능성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인수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간 철강과 2차 전지 소재를 축으로 성장 전략을 펼쳐온 포스코가 해운업 진출에 성공할 경우, 원자재 및 배터리 소재의 안정적 조달과 물류 경쟁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철강 산업 특성상 대규모 철광석과 석탄을 장거리 운송해야 하는 만큼, 자체 해상 물류망 확보는 원가 절감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전문가들은 배터리 원료의 글로벌 조달 과정에서도 HMM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산업은행 지분 매각을 통해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 가능성이 높아지고, 해운업 경쟁구도도 바뀔 수 있다”며 “대규모 인수 대금과 해운업 경기 불확실성으로 포스코 측 재무 부담 우려도 나오지만, 그룹 내 물류비용 절감과 공급망 안정,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HMM의 대주주는 산업은행(36.0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67%)로, HMM이 이달 중순 자사주 공개매수를 마무리하면 두 기관 보유 지분은 각각 30%대 초반으로 낮아진다.
포스코는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 8조5285억원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분 매각 의사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공동 경영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HMM의 시가총액은 23조원 수준으로, 포스코가 해양진흥공사 지분까지 모두 사들이기에는 부담이 크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해 초 하림그룹과 HMM 매각을 위해 진행하던 협상이 최종 결렬된 뒤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최대주주가 HMM 매각 작업에 정식 재시동을 걸기도 전에 포스코가 먼저 빠르게 움직인 것은 그만큼의 인수 의지가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시너지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에서 영위하는 사업은 운송 시 대부분 벌크선을 활용하는 반면 HMM의 매출액 중 대부분은 컨테이너선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제도적 제약도 있다. 최 연구원은 “해운업 24조 7항에 따르면 특정 대량화물의 화주가 사실상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법인이 해상운송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선 해양수산부 정책자문위원회의 허가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허가를 받더라도 국가계약법상 공개 경쟁입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 매각 때 매각 예정가와 산정 기준 비공개 문제로 절차적 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었다. 주관사 선정과 입찰 과정을 거친 후 협상이 최종 무산되기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 바 있다.
산업은행은 연내 매각 작업 재개를 준비 중이며, 임기가 현재 공석인 산은 회장 임명 이후에 본격적인 매각 시동이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간 논의나 매각 추진이 구체적으로 진행된 바는 없는 것 같다”면서도 앞으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향후 움직임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