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판단까지 개입…불 붙는 노조 추투에 완성차 업계 긴장 고조

경영 판단까지 개입…불 붙는 노조 추투에 완성차 업계 긴장 고조

기사승인 2025-09-10 06:00:27 업데이트 2025-09-10 07:05:02
한국GM 노조 조합원 전진대회. 연합뉴스

내년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계 전반으로 추투(가을 투쟁) 강도가 세지면서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과정에서 완성차 업계 노조가 잇달아 새로운 요구를 내놓는가 하면, 회사 경영에까지 직접 개입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 업계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임단협에 돌입한 기아 노사는 이달 4일 4차 본교섭까지 진행했지만, 양측 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기아 노조는 ‘로봇·미래항공교통(AAM) 사업의 국내 전개’를 사측에 요구하는 등 기업 경영에까지 개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측은 로봇·수소차·AAM 등 신사업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도록 노사 협약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사에 AI 위원회 구성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의 배경에 AI·로봇 등 신사업 확대가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노동계의 불안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내년 3월 법 시행 후에는 회사의 경영상 판단까지 노조가 쟁의행위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돼 압박 수위는 점점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사의 갈등 양상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법 시행 전부터 노조의 빗발치는 요구가 기업 경영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기업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양측 간 긴장감은 더욱 높아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한국GM 노조 역시 협상 압박 수위가 높아졌다. 한국GM 노조는 임금 협상과 별개로 회사에서 진행 중인 직영 정비 센터 매각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는 최근 잇따른 노동계의 추투에 대해 노란봉투법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주요 사업장 노조들이 진행하는 파업 관련 설명회를 마련해 “이들의 부분 파업은 개정 노조법 때문이 아닌 임단협 과정에서의 노사 입장 차에 기인한다”고 밝혔다. 노조법 개정과 관계없이 각 사업장 노사의 자체 일정에 따라 임단협을 진행하고 있고, 내용 또한 예년과 비슷한 만큼 파업이 법 개정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미 법 통과의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민수 경국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내년부터 하청 노조도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권을 갖게 되면서 기업들은 다양한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하게 된다”며 “법 시행 전이지만 현재에도 노조의 다양한 요구가 나오는 등 법 통과 여파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앞으로 기업에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적대적 관계가 형성돼 파업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이전보다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법안의 취지는 노동자의 권리와 피해를 개선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했지만, 동시에 기업 측 부담이 커지고 있는 복잡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법 시행 이전까지 노사정 모두가 지속적인 논의와 협력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법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상생 관계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