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와 ‘중국의 저가 공세’라는 대외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K-배터리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ESS(에너지저장장치), 휴먼노이드 사업 확대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으로 전기차 보조금 지원이 오는 30일 종료된다. 당초 2030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던 세액공제가 지난 7월 발효된 미국 대규모 감세법 시행으로 9월 조기 종료가 확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미국이 전기차 구매 고객에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를 세액 공제 형식으로 지원했던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이 같은 세액공제 폐지로 미국 시장 내 배터리 생산·판매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미국 트럼프 대규모 감세법의 자동차‧배터리 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세액공제 폐지로 한국 기업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4만5800여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종료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져 우려가 큰 상황”이라며 “전기차 수요 위축으로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낮아진다면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의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두드러지면서, 국내 업계의 위기감은 가중되고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국내 3사의 점유율은 37.8%로, 전년 대비 7.1%포인트(p) 하락했다. 반면 중국 배터리 5개사의 점유율은 43.3%에 달했다. 글로벌 1위 CATL은 29.8%로 선두를 유지했으며, BYD는 141.7%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삼성SDI를 제치고 5위에 올랐다.
중국 업체들은 시장 확대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CATL은 올해 4월 나트륨이온 배터리 ‘낙스트라’를 공개하고 오는 12월 양산할 예정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생산 단가가 낮고 열‧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화재 위험성이 적다. 중국은 이 같은 강점을 활용해 전기차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업계를 둘러싼 대외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글로벌 시장 위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배터리 신시장 개척을 통한 위기 극복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최근 ‘나트륨, 전기차(EV) 확산의 새 동력이 될 것인가?’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와 중국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통해 위기 대응 준비에 나서야 할 때”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기차 이외에도 배터리 활용도가 높은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그 예시가 ESS, 군용 드론, 휴머노이드 등이 될 수 있다”며 “다른 국가들보다 먼저 미래 시장에 대비한 배터리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