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프랑켄슈타인’은 내 바이오그래피” [30th BIFF]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프랑켄슈타인’은 내 바이오그래피” [30th BIFF]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

기사승인 2025-09-19 12:53:28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의 영화는 필모그래피가 아닌 ‘바이오그래피’(전기)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19일 오전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고백했다.  

기예르모 감독은 11월7일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으로 부산을 찾았다. ‘프랑켄슈타인’은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오스카 아이작)이 죽은 시체에 생명을 불어넣는 실험을 거듭한 끝에 피조물(제이컵 엘로디)을 만들어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818년 메리 셸리가 쓴 동명의 고전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극중 프랑켄슈타인과 피조물의 관계는 애증의 부자와 닮아 있다. 이 부분에는 기예르모 감독의 삶이 투영됐다. 그는 “나와 내 아버지는 확실히 이해하기 힘든 관계였다. 아버지가 돼서야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의도하진 않았지만 자전적인 이야기가 됐다. 점점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괴수물의 탈을 쓴 작품이다. 기예르모 감독에게 괴수는 완벽하지 않은, 완벽할 수 없는 인간의 삶과도 같다. 그는 “TV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들을 본다. 하지만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고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완벽하고 밝은 쪽이 아니라 완벽하지 않은 쪽에 포커스를 맞추는 편이다. 괴물은 인간의 어두운 면을 대변하기에 좋은 상징”이라고 괴수의 매력을 설명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19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프랑켄슈타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예르모 감독이 괴수에 천착하는 이유는 ‘프랑켄슈타인’이 품고 있는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그는 “ 불완전과 용서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하며 “낮에는 성인이었다가 저녁에는 나쁜 사람이 될 수 있다. 왜 이 불완전성을 인식하고 용서하지 못하는지 말하고 싶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인정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메시지를 비롯해 전작들과 확연히 다른 괴수물이다. 동명의 다른 작품들과도 비교할 수 없다. 주제, 비주얼 등에서 “완전히 새롭다”는 것이 기예르모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이미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른다고 가정하면 목소리를 바꿔서 다른 창법으로 부른 것”이라며 “캐릭터의 동력도 주제도 원작과 다르다”고 했다. 감각적인 시각 연출에 대해서는 “모든 디자인은 눈요기가 아니라, 스토리를 위한 눈영양분이 되길 원했다”고 밝혔다.

기예르모 감독은 읽고 있는 책 ‘한국 괴물 백과’를 들어 보이며 한국 괴수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을 언급한 그는 “혼돈, 부조리, 추악함, 그 모든 것을 한 영화에 잘 버무린다. 정말 아름답고 낭만적인 영화를 하신다”고 치켜세웠다. ‘괴물’에 대해서도 “괴수의 디자인이 정말 멋진데 한국 사회를 또 보여주지 않냐”고 평했다.

세계적인 거장이지만 기자회견 내내 기예르모 감독의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였다. 영화를 논할 때 특히 그랬다. 그는 “감독들이 영화를 잘 만드는 이유는 다른 걸 다 못해서 그렇다. 가족으로도 친구로도 좋은 사람이 아니다. 하나에만 몰입하다 보니 다른 부분은 많이 놓친다. 그렇게 영화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래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