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검증” 주장했지만…한강버스, 결국 멈췄다

“충분히 검증” 주장했지만…한강버스, 결국 멈췄다

“안전 검증 부족” 지적 현실화…정식 운항 10일, 수차례 고장

기사승인 2025-09-30 06:00:26

지난 17일 오전 여의도 선착장 인근에 한강버스 정식 운항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서지영 기자 

서울시가 무리하게 한강버스 운항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당초 예정일보다 늦게 운항했고, 시범운항도 충분히 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시민 안전과 직결된 대중교통인 만큼, 예측 불가능성이 큰 상태에서 과신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진영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29일 오전 한강버스 시범운항 전환 관련 약식브리핑에서 “한강버스가 조급하게 운항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식 운항이 성급했다는 지적에 대한 반박이다. 한강버스는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지만, 잇따른 문제로 10일 만에 승객 탑승이 중단됐다.

박 본부장은 “한강버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운항이 예고돼 있었다”며 “1년간 시범운행 후 진행됐기에 그런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8척 중 4척만으로 하루 14회 운영하는 등 축소된 계획으로 운항을 시작했고, 시범운항 6개월간 주 200km씩 선박을 테스트해 안정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에서는 이미 안전 우려가 거듭 제기됐다. 이영실 민주당 시의원은 지난 9월2일 임시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세계 최초 대용량 전기추진체 선박을 아무런 시뮬레이션도 없이 정식 출퇴근 노선에 투입하는 것은 시민 안전을 경시하는 결정”이라며 “검증 없이 강행한 결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고장과 운항 중단이 반복됐다. 시민을 볼모로 삼아 시험운항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9월23~24일에도 언론 인터뷰와 공식 논평을 통해 “경제성·안전성·환경성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서두른 운항 개시”라고 거듭 지적했다.

서울시의 확신과 달리 사고는 이어졌다. 지난 22일 전기 계통 이상으로 운항이 중단됐고, 26일에는 방향타가 고장 났으며, 28일엔 출항 준비 과정에서 정비가 필요했다. 시범운항이 무색하게 순항한 날은 드물었다.

또 전체 선박이 시범운항을 거치지 않았다. 총 12척 중 건조 중인 4척을 제외하고 현재 8척이 한강에 있지만, 실제 시범운항을 마친 것은 3척뿐이다. 박 본부장은 2주 전 브리핑에서 “선체는 모두 동일하다”며 “3척만 충분히 훈련해도 되고 중요한 건 선장 숙련도”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 한 달간은 모든 선박을 대상으로 무승객 시범운항이 진행된다. 박 본부장은 “정식 운항 후 선박에 스트레스가 많이 가해졌고 기계다 보니 예측 못한 부분이 있어 다시 점검을 하게 됐다”며 “그땐 확신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선박별 점검이 부족했던 점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범운항은 이전보다 강도가 높다. 8척을 모두 투입해 하루 14회 이상 반복 운항하며, 승객 탑승을 가정한 환경에서 시험한다. 서울시는 최대한 준비를 마쳐 10월 중 재운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