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철강 장벽 강화... 한국, 최대 수출시장 ‘직격탄’ 

EU도 철강 장벽 강화... 한국, 최대 수출시장 ‘직격탄’ 

기사승인 2025-10-08 11:28:36
EU가 수입 장벽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역내 철강 산업 보호를 내세워 수입 장벽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무관세 혜택은 줄고, 초과 물량에는 최대 5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될 예정으로, 한국 철강업계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철강업계 보호 대책을 담은 새 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연간 무관세 할당량(쿼터)이 1830만톤(t)으로 제한된다. 이는 지난해 수입쿼터 3053만t보다 약 47% 줄어든 규모다. 쿼터 초과분에는 기존 25% 대신 50%의 관세가 부과된다. 

쿼터가 줄어드는 만큼 한국을 비롯한 국가별 물량도 큰 폭으로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이미 지난 4월 세이프가드 조정 과정에서 한국산 쿼터를 최대 14% 줄인 바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對) EU 철강 수출액은 44억8000만달러(한화 약 6조2000억원)로, 미국(43억4700만달러, 약 6조1783억원)을 제치고 최대 수출시장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수출 차질 우려가 한층 커졌다. 

이번 규정안은 내년 6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종료 예정인 ‘철강 세이프가드’를 대체하기 위한 조치다. 세이프가드는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에 대응해 도입된 제도로, 국가별 쿼터 내 수입분은 무관세를 적용하고 초과분에는 25% 관세를 부과했다. EU는 철강업계 보호를 위해 세이프가드 종료 후에도 별도의 무역 제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철강·알루미늄 파생 상품 기업 만난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연합뉴스 

외신들도 이번 조치의 배경을 미국발 고율 관세의 여파로 해석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규정안을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가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유럽으로 확산된 결과라 분석했다. 

독일 언론 DW도 “중국산 저가 철강의 대규모 유입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이 조치로 영국·한국 등 주요 철강 수출국 산업에 타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철강업계가 지난 10년간 약 10만개의 일자리를 상실해 온 만큼 이번 결정은 불가피한 자국 산업 보호 조치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번 조치는 대미 협상 카드 성격도 담고 있다. 현재 EU 철강 역시 미국의 50% 고율 관세를 적용받지만, 양측은 ‘저율관세할당(TRQ)’ 방식 도입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 EU는 우선 미국과 같은 수준의 50% 관세안을 마련해 두고, 후속 협상에서 유럽산 철강에는 관세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한다는 전략이다. 

집행위는 국가별 쿼터는 협상을 통해 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라고 예외를 두긴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FTA 체결국 상당수가 글로벌 공급과잉 문제에 기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 규정안은 EU 의회와 이사회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집행위는 “공식 채택되는 대로 세이프가드를 대체하겠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세이프가드가 종료되는 내년 6월 말 이전에라도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조기에 시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산업통상부는 오는 10일 산업공급망정책관 주재로 EU TRQ 조치에 대한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총력 대응 방안을 포함한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