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 두 달, 노도강은 울고 마용성은 웃었다

10·15 대책 두 달, 노도강은 울고 마용성은 웃었다

서울 집값 46주 연속 상승…규제 이후 ‘지역별 온도차’ 더 커져
강남·한강벨트 신고가 늘고 노도강 거래는 멈췄다

기사승인 2025-12-23 06:00:05 업데이트 2025-12-23 10:03:37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재개발 사업지 일대. 노유지 기자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시행된 지 두 달가량 지난 가운데, 서울 집값 상승 흐름은 멈추지 않은 채 지역별 격차만 더욱 벌어지고 있다. 강남권과 이른바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반면, 외곽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은 거래 침체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기준 서울 전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6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집값 상승률은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 4주 연속 0.17~0.18%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25개 자치구 전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투기과열지구 등으로 묶었지만, 서울 전체 집값 상승 흐름을 꺾는 효과는 보지 못한 셈이다.

다만 이같은 집값 상승 기조는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주요 한강벨트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올해 누적 상승률을 놓고 보면 강북 지역 내에서도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소위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용산·성동구는 상승 흐름을 이어간 반면, 노도강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10·15 대책 시행 전부터 ‘선호 지역’으로 꼽혀온 마용성의 올해 누적 상승률은 △마포구 13.7% △용산구 12.54% △성동구 18.31%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노도강은 △노원구 1.57% △도봉구 0.49% △강북구 1.48%에 그쳤다. 한국부동산원은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세 속에서도 개발 기대 지역·대단지·신축 등 선호 단지 위주로 제한적인 거래가 이뤄지며 서울 전체 집값을 끌어올렸다”고 분석했다.

실제 현장 분위기는 수치보다 더 냉랭하다. 강북구 미아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 자체가 없다”며 “재개발 지역 매매는 통상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는 데다 무주택자가 재개발 사업지에 입주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예전부터 투자 수요가 많아 세를 끼고 매수하는 경우가 흔했는데, 지금은 대부분 관망세”라며 “나오는 건 급매물 몇 개뿐”이라고 전했다.

지난 7월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규제 이후 신고가 거래 비율에서도 지역별 온도 차는 더욱 뚜렷해졌다. 강남3구와 용산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된 이후에도 신고가 거래 비율이 오히려 늘어난 반면, 서울 외곽 지역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대출 규제의 영향이 제한적인 반면, 외곽 지역은 거래 위축이 직격탄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9일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강남3구와 용산구의 신고가 거래 비율은 토허구역 지정 전(지난해 4월~올해 2월) 42.5%에서 지정 후(올해 3월~11월) 51.5%로 9%p 상승했다. 반면 노원구는 13.4%p 하락했고, 도봉구와 금천구 역시 각각 12.5%p, 11.6%p 낮아졌다.

이같은 양극화 흐름 속에서 정부는 주택 공급 대책을 중심으로 한 후속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1일 제5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1월 중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며 “지자체장과의 협의·합의가 필요한 부분을 상당 부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10·15 대책 이후 서울과 수도권 집값의 단기 과열 양상은 다소 진정되고 있지만, 그간의 공급 부진과 유동성 유입 등으로 가격 상승 압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국민이 안정적 공급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공급 계획을 속도감 있게 구체화해 나가고, 가계대출 등 주택 수요 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역 간 격차 해소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2일 성북구 북부간선도로를 찾아 ‘강북횡단 지하도시고속도로 건설 사업’ 추진 계획을 보고받고 현장을 점검했다. 오 시장은 “강북횡단 지하고속도로는 만성적인 교통 정체를 해소하고, 향후 강북에 추가 공급될 4만여 가구의 교통 수요에 대응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강북 주민의 일상을 바꾸고 ‘다시 강북 전성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