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가면 돈 더 내” 효율 외친 LCC…공항 셀프 체크인 앞은 혼란

“창구 가면 돈 더 내” 효율 외친 LCC…공항 셀프 체크인 앞은 혼란

기사승인 2025-10-16 06:00:09
이스타항공이 13일부터 국내선 카운터에서 체크인 시 수수료를 받는다. 김수지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줄줄이 공항 카운터 체크인 수수료 제도를 도입하며 ‘비대면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효율화를 내세운 글로벌 트렌드라는 평가도 있지만, 공항 현장에서는 기계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편리함을 위한 변화가 디지털 약자에게는 불편과 배제로 작용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 셀프 체크인 구역. 승객들은 휴대폰을 꺼내 들고 화면을 연신 터치하며 탑승권을 발급받고 있었다. 이스타항공을 포함한 다수의 항공사가 셀프 체크인을 권장하면서, 카운터 대신 기계 앞에서 탑승권을 발급받는 광경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기계 조작이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직원의 도움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계 앞에 배치된 지상직 직원은 아예 없거나 1~2명에 불과했고, 수하물 안내와 병행하느라 여유가 없어 보였다. 한산한 시간대에는 괜찮아 보였지만, 탑승객이 몰릴 시간에는 사실상 ‘셀프체크인 전쟁터’가 됐다. 

김포공항에서 셀프 체크인을 하는 노인의 모습. 김수지 기자 

이날 김포공항을 찾은 김기도(64, 서울)씨는 약자 전용 셀프 체크인 기계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그는 “안내 직원이 체크인부터 하라 해서 왔는데, 도통 기계를 못 만지겠다”며 난감해했다. 몇 분 뒤 직원이 다가와 도와줬지만, 김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김씨는 “어차피 수하물 때문에 줄을 서야 하는데, 그거 얼마나 걸린다고 안 해주려 하는 거냐”고 불편함을 토로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3일부터 국내선 카운터에서 체크인하는 승객에게 1인당 3000원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회사 측은 “온라인·모바일 체크인을 확대해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인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장애인과 만 65세 고령자, 임산부 등 정보 취약계층은 예외 대상으로, 복지카드나 신분증 등 증빙 서류를 제시하면 면제받을 수 있다. 또 현장에 있는 셀프 체크인 기계를 이용하면 수수료는 부과되지 않는다.

다만 셀프 체크인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예약번호 입력부터 여권 확인, 좌석 배정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김씨와 같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벅찰 수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재 전체 승객의 약 90%가 이미 온라인 체크인을 이용하고 있어, 현장 발권은 10% 미만 수준”이라며 “대부분 수하물을 부치는 승객들이 카운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현장 효율을 높이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말이나 연휴 등 혼잡 시간대에는 직원이 유연하게 배치돼 안내를 돕는다”고 덧붙였다. 

에어서울은 2020년부터 오프라인 체크인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했다. 김수지 기자

이러한 상황은 특정 항공사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제주항공은 2019년부터, 에어서울은 2020년부터 오프라인 체크인 고객에게 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항공사들은 모두 “공항 혼잡 완화”와 “인력 효율화”를 이유로 들고 있다.

김포공항의 한 저비용항공사(LCC) 지상직 직원은 “직원 수가 한정돼 있어 붐비는 시간대에는 기계를 못 쓰는 분들을 일일이 도와드리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다만 항공사들은 수익보다 효율성을 위한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수익을 바라고 이번 조치를 시행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김포공항의 혼잡도가 심하다 보니 효율을 위해서 해당 제도를 도입한 거지 수익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일부의 불편함에도 오프라인 체크인 수수료 방식이 장기적으로 일반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셀프 체크인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대면 창구를 유지하는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며 “장기적으로 모든 항공사가 이 방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도 이러한 흐름을 글로벌 트렌드로 해석한다. 이휘영 인하공전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때 일정 수수료를 받는 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비스 산업 전반에서 자율적으로 셀프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대면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부과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