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경쟁·고환율·규제 삼중고…LCC는 왜 ‘적자행’에 갇혔나

과잉경쟁·고환율·규제 삼중고…LCC는 왜 ‘적자행’에 갇혔나

출혈 경쟁·특가 남발 등 영향
LCC 수↑…‘시장 포화 상태’
공정위 규제, 노선 왜곡 초래
구조 개편‧전략 차별화 절실

기사승인 2025-11-27 11:00:04 업데이트 2025-11-27 11:07:58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치열한 노선 경쟁과 무분별한 특가 남발, 여객 수요 감소, 고환율 부담 속에서 수익성을 잃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치열한 노선 경쟁과 무분별한 특가 남발, 여객 수요 감소, 고환율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독점 방지를 명분으로 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가 되레 특정 노선의 독식 구조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으면서 LCC들의 경영 부담은 한층 더 커지고 있다. 

고환율에 항공사 출혈경쟁까지…예견된 실적 부진

고환율 장기화와 항공사 간 출혈 경쟁 심화로 인해 LCC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올해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3분기에도 큰 폭의 손실이 발생하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상장 LCC 4개사인 티웨이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의 3분기 영업손실 합산 규모는 2000억원에 달한다. LCC의 분기 합산 적자가 2000억원을 넘긴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티웨이항공은 3분기 영업손실이 955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60억원) 대비 16배 이상 급증했다.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은 각각 550억원, 225억원, 2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일제히 부진을 이어갔다. 

국내 상장 LCC 4개사의 올해 3분기 실적.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적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공급 과잉’을 꼽는다. 일본·중국·동남아 등 인기 단거리 노선에 증편을 반복하며 공급을 과도하게 늘린 데다, 항공권 가격 덤핑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이 급락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LCC가 인기 노선 공급에 몰리며 노선 중복과 단가 인하 경쟁이 고착화되고 있다.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인천발 중국 구이린 노선에 각각 신규 취항하며 수요 확보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부산발 다낭 노선에서는 진에어와 에어부산이 경쟁 중이다. 기존 해당 노선을 운영하던 제주항공은 경쟁 심화로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부산발 푸꾸옥 노선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LCC들이 같은 인기 노선에 집중하면서 공급만 과도하게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며 “결국 항공권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어져 수익 확보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LCC 수가 확대되면서 경쟁 강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올해 신생 항공사 ‘파라타항공’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국내 LCC는 총 9개로 늘어났다. 이는 국토 면적이 한국의 100배 이상 큰 미국과 동일한 숫자다. 한정된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항공사 수가 과도하게 많다 보니 경쟁 심화와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해졌고, 이 때문에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고환율 부담도 실적 악화에 기름을 붓고 있다. 올해 3분기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평균 1388원으로, 작년 3분기 평균(1358.57원)보다 상승했다. 항공기 임차료·정비비·유류비 등 주요 비용이 대부분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환율 상승은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고 있다.

민현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LCC 대부분이 동일한 전략으로 인기 국제선 중심 경쟁만 반복하며 가격 인하 외에는 차별성이 없는 구조에 갇혀 있다”며 “현재와 같은 출혈 경쟁 구도에서는 공급 확대가 곧 손실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공항을 활용한 허브 분산 전략, 지역 기반 항공기 유지·보수·정비(MRO) 인프라 구축, 국내선과 지방공항 연계를 통한 수요 다변화 등 구조 개편이 절실하다”며 “정부 또한 지방공항 활성화 정책과 항공 네트워크 효율화 방안을 통해 LCC들이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영상은 쿠키뉴스 기사를 기반으로 제작한 AI 오디오 콘텐츠입니다. 내용의 정확성은 쿠키뉴스가 확인했습니다. 박효상 기자

독과점 방지 맞나…LCC 부담만 키운 공정위 규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내건 ‘독과점 방지 조건’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LCC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특히 공정위의 ‘2019년 공급 좌석의 90% 이상 유지’ 규정으로 수요가 급감한 노선에도 편수를 맞추면서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했고, 일부 항공사는 노선 운영 중단까지 내몰렸다.

이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대한항공 계열인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은 최근 괌 노선 운항 편수를 대폭 늘렸다. 진에어는 인천~괌 운항을 주 7회에서 21회로 세 배 확대했고, 에어서울과 에어부산도 각각 10월·11월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사실상 빈 좌석을 감수하면서도 운항 편수를 유지한 셈이다.

실제 괌 노선 여객 수는 크게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1~10월) 인천~괌 노선 이용객은 약 56만2623명으로, 전년 동기(59만8129명) 대비 약 6% 줄었고, 2019년 대비 절반가량 감소했다. 수요 기반이 붕괴된 상황에서 공급만 늘리다 보니 수익성은 악화됐고, 결국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해당 노선 운영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대한항공 괌발 부산행 KE2260편에서 실제 탑승객이 3명에 불과한 사례도 나왔다. 최소 운항 인력(6명)보다도 적은 승객 수였다. 1일과 2일에도 왕복 기준 전체 승객은 각각 4명, 19명에 그쳤다.

업계는 수요가 줄어든 노선에서 공급을 확대해야 하는 점이 현실과 맞지 않는 조치라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가 바닥인 노선에 공급을 강제하는 조치가 현실에 맞는 규제인지 의문”이라며 “이 때문에 항공사들이 원치 않는 경쟁에 몰리고, 수익성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일 신라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공정위가 독과점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정작 수요가 급감한 노선을 억지로 유지·확대하도록 만들며 항공사의 경쟁력만 떨어뜨린 셈”이라며 “2019년 여객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다 보니, 지금은 탑승률이 저조한 노선까지도 편수를 늘려야 하는 비상식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규제를 일방적으로 내려놓고 후속조치는 전혀 하지 않으면서 LCC에만 부담을 떠넘겼고, 결국 일부 항공사의 노선 중단 상황까지 발생했다”며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항공사의 피해를 넘어 소비자 선택권 축소와 국가적 운수권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규제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LCC 생존 전략은?…구조 개편·차별화가 관건


전문가들은 LCC들이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순 증편과 특가 전략을 넘어 구조 개편과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화연 호남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교수는 지역 상품 연계와 서비스 다양화, 맞춤형 노선 설계 등 항공사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단순 노선 경쟁과 특가 전략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항공사만의 차별화가 부재한 상황”이라며 “항공편과 지역과 연계한 패키지 개발, 다양한 연령층 수요에 맞춘 노선 설계, 서비스 다양화 등 항공사만의 차별화된 브랜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아시아 항공사들의 경우 노선 경쟁보다는 항공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해 수익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며 “이를 통해 본인 항공사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말레이시아 LCC인 에어아시아의 경우 지역 관광 인프라와 연계한 간편환승 서비스를 제공하며 저비용으로 여러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일본 LCC 피치항공은 일본 지방 공항과 관광청과 연계해 목적지 특화 노선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시장 진출로 고객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이휘영 교수는 “국내 LCC들이 인기 노선 중심 경쟁에 몰리면서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고, 또 고환율과 유가 변동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한 구조”라며 “단순 증편이나 특가 전략에 의존하기보다는 운항 효율화, 지방공항 활용, 정비·운영 비용 최적화 등 구조적 안정성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 확대만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안정적 수요 기반을 갖춘 운항 계획과 비용 관리 중심의 전략이 장기 생존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