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첫 공판서 혐의 전면 부인…“계엄 반대했을 뿐”

이상민, 첫 공판서 혐의 전면 부인…“계엄 반대했을 뿐”

“단전·단수 지시 없어”

기사승인 2025-10-17 15:43:03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내란사태에 동조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류경진)는 17일 오전 이 전 장관에 대한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 사건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 전 장관은 남색 양복 차림에 수용번호 52가 적힌 배지를 달고 법정에 출석했다. 그는 신분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서 “직전까지 변호사였다”고 직업을 밝혔다.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재판은 재판부 허가에 따라 중계와 언론사 촬영이 이뤄졌다.

특검은 “피고인은 12·3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어떤 임무도 수행한 바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시간대별 봉쇄계획에 따라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를 지시함으로써 내란 중요임무에 종사했다”며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는 직권을 남용해 소방청 직원들에게 언론사 단전·단수를 준비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시켰다”고 밝혔다.

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며 “그 결과 12·3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행위로 헌정질서와 법치주의가 파괴되고 국민 기본권이 침해됐으며, 상당 기간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 측은 특검의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변호인은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은 뒤 정무적으로 부담되고 국민 동의를 받을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명확히 했다. 계엄을 사전 모의한 사실이 없다”며 “피고인에게 계엄선포는 이미 벌어진 객관적 상황으로, 계엄이 해제될 때까지 행안부 장관으로서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허석곤 당시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 조치를 언급한 통화에 대해서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소방청 관련 문건을 봤고, 거기 기재된 일이 곧 벌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관련 내용을 전달한 것”이라며 “국헌문란을 위한 단전·단수를 지시한 게 아니라, 만에 하나 그 문건 내용과 관련된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안전에 유의하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검은 향후 소방청·경찰청 관계자, 국무위원 순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 내부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에 대한 증거조사를 국무위원 신문 전에 실시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우선 비상계엄 선포 당일 이 전 장관의 행적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오는 24일 2차 공판에서 이 전 장관의 운전비서관 등 3명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내란 특검은 지난 8월19일 이 전 장관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평시 계엄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사실상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과 소방청에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언론의 자유와 국민 생명·안전권을 침해하는 ‘국헌문란 행위’를 벌이고,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지난 2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단전·단수 지시 사실을 부인하는 등 허위 진술을 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