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려면 한 달 대기?”… 현대·기아차 부품 품절에 소비자 불만 폭발

“고치려면 한 달 대기?”… 현대·기아차 부품 품절에 소비자 불만 폭발

코로나19 유행 이후 부품 리드타임 길어져
현대·기아 전기차 중심으로 수리 지연 속출
EV9 차주 “모비스 발주 안 들어와 한 달 넘게 대기”
전문가 “A/S 부품 재고 최소화가 원인”

기사승인 2025-10-19 06:00:13
서울 금천구의 한 정비소 관계자는 "최근 부품이 없어 손님을 돌려보내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김수지 기자 

“국산 차는 수리가 빨라서 좋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코로나19 이후 길어진 부품 리드타임(조달 소요 기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현대차·기아 등 국내 브랜드 차량의 A/S 부품 수급난이 심화되고 있다. 정비소들은 “부품이 없어 수리를 못 한다”며 손님을 돌려보내고, 소비자들은 직접 하청업체에 전화까지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출고 하루 만에 ‘엔진 경고등’에 수리 맡겼지만, 한 달 동안 못 타 

지난 9월1일 기아 EV9 GT를 인도받은 장종혁(30)씨는 바로 다음날 계기판에 경고등이 떴다. 장씨는 당일 바로 오토큐에  차를 입고했지만, 한 달 반이 지난 10월15일이 되어서야 차를 인도 받았다. 부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씨는 매일같이 기아 고객센터와 부품을 총괄하는 현대모비스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담당 부서에 전달하겠다”는 원론적인 말뿐이었다. 결국 직접 해당 부품을 생산하는 하청업체를 찾아 연락했으나, “현대모비스에서 발주가 들어와야 생산할 수 있는데, 현재 발주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장씨는 “부품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일정이나 사정을 알려주지도 않는 게 문제”라며 “소비자를 지치게 하는 기아 차를 다신 안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장종혁(30)씨는 차 인도 하루 만에 고장이 나 수리를 요청했지만, 수리까지 한 달 이상 소요됐다. 장종혁씨 제공 

장씨뿐만 아니다. 한 자동차 커뮤니티를 통해 만난 소비자 A씨는 “작년에 사이드미러를 구하지 못해 한 달을 기다렸다”며 “내가 직접 정비소와 현대모비스 두 곳에 전화하고, 닦달하고 거의 읍소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유리 기어 고장이 나 수리하려고 하니 한 달을 기다렸다”며 토로했다. 

정비소 현장에서도 부품난은 이미 ‘일상화’됐다. 서울 금천구의 한 정비업체 대표는 “코로나19 유행 때부터 부품이 너무 안 들어온다”며 “7~8년 된 차들은 부품이 아예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손님이 오면 일단 차량을 받았지만, 이제는 부품 재고부터 확인한다”며 “오늘도 차주 한 명을 돌려보냈고, 주에 네댓 명은 수리 자체를 못 받고 돌아간다”고 전했다.

서울 성동구의 정비업체 관계자도 “재고가 넉넉한 부품은 금방 해결되지만, 안 구해지는 부품은 몇 달이 지나도 답이 없다”며 “요즘은 국산차도 수입차만큼 수리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A/S 부품은 후순위, 재고 최소화가 병목 불렀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현대·기아의 A/S 부품 수급난은 단순한 물류 차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교수는 “과거에는 출고 차량의 비율에 맞춰 A/S용 부품도 함께 비축했지만, 지금은 재고 부담을 줄이려 최소 단위만 갖고 있다”며 “완성차용 부품과는 다르게 정비용 부품은 그때그때마다 주문하다 보니 결품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자동차관리법상 단종 차량의 부품 보유 의무 조항이 있으나 실효성이 낮다”며 “A/S 부품을 일정 기간 내 공급하도록 세부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 기아와 현대모비스가 재고 보유량과 비용 문제 등을 잘 조율해 소비자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 “전체 문제 아냐... 특정 품목만 지연”

현대모비스는 이번 부품 수급난이 일부 품목에 국한된 일시적 현상일 뿐, 전체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2만~3만개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 중 일부 품목에서 영세한 협력사 사정으로 일시적 지연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전체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장씨와 같은 지연 사례에 대해선 “일부 품목에서만 나타나는 개별 사례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비소의 경우 본인 거래처에만 확인하고 재고 없다고 안내하는 경우도 있다. 발주도 정비소 차원에서 들어가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부러 발주를 안 넣거나, 공급을 늦추는 게 아니라 영세 협력사 사정이나 원자재 수급 문제 등 복합 요인으로 특정 품목의 납기가 늦어질 수는 있다”며 “전국 1100여 대리점을 통해 재고를 관리하며 협력사와 일정을 조정해 공급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