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게 크다. 개인적으로는 프로 생활하면서 4년 동안 팬들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싶었다. 프로게이머로서 배우고 성장할 부분이 아직 남았다. 좀 더 발전하고 싶다. 그래서 오래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페이커’ 이상혁은 18일 서울 종로구 치지직 롤파크 LCK 아레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2025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 소감 및 2029년까지 재계약을 진행한 배경을 밝혔다.
이상혁을 중심으로 뭉친 T1은 2025 롤드컵에서 우승하며 롤 e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3연패를 달성했다. 2013년부터 T1에만 몸담고 있는 이상혁은 선수 생활 13년 차에도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면서 커리어 6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과정이 쉽지 않았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좌우된다고 봤다”던 그는 “승패보다 과정에 집중하려 한 점이 주효했다”며 “다전제 경험이 많았던 점도 도움이 됐다. 지지 않으려는 마음보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이상혁은 팀을 떠난 ‘구마유시’ 이민형과의 마지막 대화를 소개하며 “올해 대화를 많이 했다. 그동안 해줬던 것들이 큰 의미였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던 과정에서 이민형의 공이 컸다. 그런 뉘앙스로 ‘고생했다’고 전했다. 평소에 표현을 잘 하지 못해서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이상혁은 2025시즌 중 e스포츠 역사에 보기 힘든 4년 장기 재계약을 맺었다. 2029년까지 T1 유니폼을 입게 됐다. 상호 간의 대한 신뢰와 이상혁의 선수 연장 의지가 맞물린 결과였다. 그는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부분을 챙겨줬다. 그래서 T1에서 활동할 수 있었다. 다른 팀을 안 가봐서 잘 모르지만, T1이 최고의 팀이라는 명성에 맞게 대우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많이 발전하는 게 목표다. 증명해야 한다면 저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한다. 모든 측면에서 발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2029년 이후에 생활에 대해서는 “저도 궁금하다. 은퇴 이후 삶에 대해 명확하게 계획하지 않았다. 다만 프로 생활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했다. 개인적으로 뜻깊게 느껴졌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겠지만 뜻깊은 선택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계약 기간이 4년이다. T1에서 프로 생활을 전부 보낼 것 같다”고 강조했다.
계약 기간 내 목표로는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승패를 떠나 제가 가진 것을 잘 활용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기량적인 성장이 우선이나, 리더십도 중요하다. 예전보다 좋아졌으나 아직 부족하다. 게임 내외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혁은 “T1이라는 명문 구단에서 저를 선택해 줬다. 한 팀에서 오래 뛰는 건 큰 의미다. 그만큼 서로에게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며 “롤은 선수 수명이 얼마나 되는지 제가 증명하는 것밖에 없다. 불안정성 때문에 계약이 오래 유지되는 케이스가 적었다. 앞으로는 (장기 계약이) 많이 나올 것”이라 힘줘 말했다.
13년 동안 라이벌이 있냐는 질문에 “최근에는 ‘쵸비’ 정지훈이다. 정지훈을 상대할 때마다 재밌다.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다. 저도 보면서 성장 동력이 됐다”고 답했다.
이상혁이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딴다면 롤 부문 2연패를 이룰 수 있다. 그는 “출전한다면 뜻깊을 것 같다. 항상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2023년에) 다른 팀원들이 열심히 했고 금메달을 따서 영광을 누렸다”고 회상했다.
현재 시점에서 17살 이상혁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이상혁은 “해주고 싶은 말이 없을 것 같다. 처음 시작했을 때도 정답을 바라고 프로 생활을 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경험하면서 배웠다. 응원만 보내주겠다”고 미소 지었다.
1996년생인 이상혁은 한국 나이 30살에도 놀라운 기량을 뽐냈다. 배경은 그만의 동기부여다. 이상혁은 “분함보다 패배에 대해 재정의했다. 패배는 다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열정이 식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열정은 프로 데뷔 때와 같다”고 단언했다.
이미 e스포츠 전설인 이상혁. 그가 가는 길이 곧 새 역사다. 이상혁은 “초심 때처럼 많은 경험을 하고 싶다. 남들은 할 수 없는 저만의 경험”이라면서 “기록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 이상혁은 “제가 아이콘이 된 건 제 행실도 물론 한몫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팬들의 큰 관심 덕분이다. 그 때문에 좋은 이미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팬분들에게 보답해 드린다는 생각으로 저를 가꾸는 것이 의무이자 책임”이라 강조하며 팬들에게 고마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