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과 전공의 간 수련이라는 명목 하에 관례적으로 맺어오던 주 80시간의 포괄임금 약정에 대해 대법원이 ‘무효’라며 주 40시간 이상을 넘긴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전공의 이모씨 등 3명이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재단 측 상고를 기각하며 “1인당 1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2017년 1월 아산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 3명은 병원을 운영하는 재단을 상대로 주40시간 이상 추가 근무 수당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이들은 병원과 수련 시간 주 80시간을 원칙으로 하되 △8시간 범위에서 추가 실시 가능 △1회 수련 시간은 최대 36시간 원칙 △응급상황 시 40시간까지 하는 내용의 수련 계약을 체결했다.
전공의들은 “초과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근로기준법상 가산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병원 측은 “근로자가 아니라 피교육생 또는 훈련생 지위에 있으므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기본임금을 정하고 매월 일정액을 각종 수당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포괄임금제’를 체결했으므로 추가 근무 수당을 줄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1심은 “피교육생 또는 훈련생 지위와 아울러 근로자 지위를 함께 가지고 있다”며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하고, 포괄임금 약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수련계약이 1주에 80시간의 수련 또는 근로를 예정한 계약이라며 월 348시간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만 수당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10여만원에서 190여만원만 인정됐다.
하지만 2심은 “전공의의 연장근로수당 발생을 인정하지 않은 관행이 존재한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설령 그런 관행이 있더라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무효”라며 “1주당 80시간까지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취지의 약정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월 209시간을 기준으로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해 각각 약 1억7000여만원을 주라고 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잘못되지 않았다며 병원 측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전공의들이 근무시간 동안 짧게는 몇 분 간격으로 계속 환자를 진찰했다”며 계약이 없는 만큼 묵시적인 포괄임금약정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에도 법리 오해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