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는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을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갭투자 의혹’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2주택 보유 논란’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아울러 금융권의 감독 체계 개편 필요성과 금융소비자보호 제도의 실효성 부족, 증권·운용사 간 과열 경쟁 문제 등도 국감 테이블에 올랐다. 이와 함께 금융권의 잇단 사고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시장 안정 실패” vs “비상상황 불가피”…‘10·15 부동산 대책’ 놓고 여야 공방
이날 정무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수요 억제에 치중해 시장 안정에 실패했다며 정책 방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가 대환대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70%에서 40%로 낮췄다가 비판이 일자 9일 만에 정책을 뒤바꿨다”며 “보유세 인상,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등에서도 오락가락해 시장이 혼란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구윤철 전 경제부총리,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등은 다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는 정책 책임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에 대한 언론 지적을 봤을 것”이라며 “이런 ‘내로남불’이 서민과 실수요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이헌승 의원도 “10·15 대책으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보유세 인상 전망이 많은데 그럴 경우 오히려 더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국민이 바라는 건 새로운 규제가 아니라, 주택 공급을 늘려 개인의 소득과 신용에 맞춰 원하는 집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책이 부동산 시장의 ‘비상 국면’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맞섰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동산 시장이 비상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며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서울 주택 공급이 반토막 났고, 그 후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비상 상황에서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부동산 자금이 공급되도록 하고 갭투자 같은 걸 막는 10·15 대책 같은 정책이 필요한 것”이라고 옹호했다.
김 의원은 또 “윤석열 정부는 금융정책의 일관성이 없고, 정책금융을 부동산에 쏠리게 했다”며 “이재명 정부는 과도하게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돌리려는 노력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향해 “부동산 두 채를 동시에 보유한 적이 있느냐. 누구처럼 여섯 채를 가진 것은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 위원장이 “그렇지 않다”고 답하자, 민 의원은 “그렇다면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보다 자신 있게, 과감히 하시라”며 힘을 보탰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개포동 갭투자’ 논란에 사과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자신이 보유한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가 ‘갭투자’ 사례로 지적된 것과 관련해 고개를 숙였다. 정부가 ‘갭투자’를 사실상 금지하고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 위원장이 갭투자 방식으로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이 화두에 오른 것이다.
이억원 위원장은 여야 의원들의 지적에 “평생 1가구 1주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해외에 나갔기 때문에 국내에 체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다만 개인 이억원이 아니라 공직자 이억원에 질의하는 것임을 알기에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자세를 낮췄다. 또 “국민 눈높이에 비춰보면 제가 마음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2005년과 2013년 두 차례 재건축 이전 아파트를 매입했으나, 해외 파견 근무 등으로 실거주하지 않아 갭투자 논란이 일었다. 특히 2013년 구입한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재건축 이후 시세가 40억원대에 이른다.
이찬진 금감원장, ‘아빠 찬스’ 질타에 “직접 매각 추진 중”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2주택 보유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이 원장은 현재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대림아파트 단지에 집 두 채(각 47평형)를 소유하고 있다.
이 원장은 “현금 부자인 아빠 찬스를 쓸 수 없는 우리나라 20~30대 젊은이들에게 한 마디 하라”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에 “주택 한 채를 부동산에 내놨다. 공간이 좁아지면 가족이 모두 고통스럽지만 공직자라는 신분을 감안해서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지난 21일 국감 당시 주택 한 채를 처분하고 자녀에게 양도할 예정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다만 많은 국민이 주택 문제로 고통 받는 상황에서 이런 발언이 적절치 못했고 공직자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또 “우면대림아파트 실거래가가 약 18억2500만원인데 증여세를 계산하면 5억3350만원”이라면서 “이 금액이면 서울 소재 비강남 지역의 아파트 가격에 육박한데 따님이 직접 증여세를 낼 건가 아니면 또 아빠 찬스를 사용해서 대신해 줄 거냐”며 질책을 이어갔다.
이 원장은 “현재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며 자녀에게 증여나 양도하지 않고 직접 처분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찬진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감독 주체 통합해야”
이 원장은 이날 새마을금고를 포함한 상호금융권의 감독체계를 금융당국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는 “상호금융기관의 감독 권한이 여러 부처로 흩어져 있어 관리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현재 상호금융기관은 기관별로 감독 주체가 제각각이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신용사업은 행정안전부와 금융위원회가 공동으로 협의하고, 경제사업은 행안부가 전담한다. 농협·수협·산림조합은 금융위원회가 신용사업을, 각 주무 부처가 경제사업을 맡는 구조다. 이처럼 감독 권한이 분산돼 있어 관리 공백과 책임 소재 불명확 등의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원장은 “새마을금고는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행정안전부가 최근 감독 일원화 방침에 대해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안을 위원님들께서도 한 번 살펴봐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호금융의 감독권이 신용사업에만 한정돼 있으나, 중앙회에서 불거지는 모럴해저드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감독체계 전반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감독체계 개편은 정부 차원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자, 이 원장은 “관계 부처 간 협의가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다양한 사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보호 평가, 형식적 자율진단’ 비판에…“대폭 개선”
잇따른 금융사고 속에 금융소비자보호 평가가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제도 전반을 손질하고 인력을 확충해 내년부터 가시적 개선 효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금융소비자실태평가와 관련해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실태평가를 세 그룹으로 나눠 1개 그룹만 평가하고, 나머지는 셀프 점검으로 대체했다. 완전한 깜깜이 제도”라며 “평가 결과를 5등급으로만 공개하고 구체적인 문제점이나 개선방안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율진단은 더 심각해, 어떤 항목이 미흡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평가가 부실해도 불이익이 없고, 미흡한 결과에 대한 후속 조치도 거의 없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느냐”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현재 자율진단 결과가 ‘적정’과 ‘미흡’ 두 단계로만 나뉘어 있어, 무엇이 적정이고 미흡한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추상적”이라며 “이 부분을 대폭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이 시행 중인 소비자보호 실태평가가 5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해당 평가 기준을 정비한 뒤 자율진단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조직 개편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업권별 소비자보호 정책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국 단위로 하고, 여의치 않으면 최소한 팀 단위로라도 배치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인력과 예산은 금융위원회에 요청해 긍정적 검토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내년에는 가시적인 개선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부통제 기준에 따른 책무 구조 안에서 피드백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증권·운용사 과열 경쟁 논란…이찬진 “제도 손질”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증권사들의 ‘유관기관 수수료 무료 이벤트’가 투자자의 과도한 매매를 부추기고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증권사들이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에 납부해야 할 제비용을 대신 부담하며 1인당 최대 1억7000만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등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문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개선 과제를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재산상 이익 한도는 증권사 이사회에서 자율적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금융투자협회 규정은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사회적 상규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로만 제한하고 있다.
또한 일부 운용사들의 ETF 시장의 허위·과장 광고 논란에 대해서도 “유튜브 등 소비자 접점이 높은 광고 매체를 우선 선정해서 점검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부분도 사실 미흡한 부분이 있어 보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금융사고는 늘고 보너스는 커지고…이억원 “성과급 환수 검토”
이와함께 이날 국감에서 이 위원장은 중대한 금융사고로 손실이 발생하면 이미 지급한 성과금을 회수하는 클로백 제도 등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억원 위원장은 "책무 구조도를 통해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고 단기 수익 중심의 보수체계를 완화할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공정하고 투명한 금융권 보수체계 확립을 위해 클로백 제도 도입을 포함한 여러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4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74건, 피해액은 1972억원에 달했다. 그럼에도 주요 은행의 임원 성과급은 대부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임원 평균 성과급이 3억1500만원을 넘어서며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하나은행은 1억2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신한은행도 임직원 성과급이 3%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