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리 소비 시대에도…SSM 여전히 ‘대형마트 규제’ 속에

근거리 소비 시대에도…SSM 여전히 ‘대형마트 규제’ 속에

근거리·소용량 소비패턴 확대에 SSM 매출·점포수 성장
의무휴업일·영업시간제한 규제…전통상업보존구역도 4년 연장
절반이 가맹인데 대형마트 규제…“상권보호 실효성 없어”

기사승인 2025-10-29 06:00:05
GS더프레시 내부 전경. GS리테일 제

온라인 중심 소비가 확산되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 채널 중 SSM(기업형 슈퍼마켓)이 이례적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생활권 기반의 근거리 소비 트렌드에 힘입어 점포 수와 매출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대형마트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고 있어 소비자 불편과 업계의 역차별 논란이 제기된다.

SSM은 유통기업이 직영하거나 가맹 형태로 운영하는 생활권 밀착형 유통채널로 GS더프레시·이마트에브리데이·롯데슈퍼·홈플러스익스프레스 등이 대표적이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준대규모점포(SSM)의 지난 8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5.9% 감소했다. 올해 추석이 지난해보다 늦어지면서 추석 특수가 발생하지 않아 식품군을 중심으로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8월은 올해 들어 SSM 매출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달이지만, SSM 매출은 올해 2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온 바 있다. 

온라인 쇼핑 성장세로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 등의 매출이 대체로 줄고 있는 가운데, SSM은 오히려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점포 수도 8월 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이 모두 감소한 반면 SSM만 2.0% 늘어 전국 1202곳으로 집계됐다. 

SSM의 성장세는 소비 패턴 변화와 밀접하다. 1인 가구 증가와 가구원 수 감소로, 필요한 때에 가까운 매장에서 소용량 상품을 구매하는 ‘근거리·소용량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형마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생활권에 가깝고, 신선식품 등 핵심 장보기 품목을 갖추고 있어 근거리 장보기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자료에 따르면 SSM의 상품군별 매출 중 식품 비중은 92.8%로, 대형마트(71.2%)보다 월등히 높다. 

업계는 SSM이 변화한 소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유통 모델로 자리 잡았음에도, 대형마트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회는 올해 일몰을 앞뒀던 전통시장 주변 SSM입점 제한 규정을 4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에서 전통시장과 전통상점가로부터 반경 1㎞ 구역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해 SSM의 신규 개설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의 일몰기한을 오는 2029년까지 연장하는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제도는 2010년 대형마트와 SSM 확산에 따라 전통시장 보호를 목적으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2015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5년씩 연장되어오다 오는 11월 23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이에 SSM 업계는 온라인 유통 확산 등으로 유통 환경이 도입 당시와 크게 달라진 만큼, 현행 규제가 전통시장 보호에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SSM은 대형마트와 달리 가맹점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지만, 적용받는 규제는 동일하다. ‘유통산업발전법’ 제2조 제4호에 따라 SSM은 ‘준대규모점포’에 해당하며, 같은 법 제12조의2 제1항은 대규모점포 및 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 또는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장은 매월 2일 이상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거나 오전 0시~10시 사이 영업 제한을 둘 수 있다.

소비쿠폰과 지역화폐 사용처에서도 SSM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편의점은 소비쿠폰 사용처에 포함되지만 비슷한 생활권 내 유통채널 성격인 준대규모점포는 제외됐다. 지난 8월 두 채널 모두 방문 고객(구매 건수)은 줄었지만,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한 편의점의 1회 방문당 구매액(구매 단가)은 증가한 반면, 준대규모점포는 감소세를 보였다.

한 SSM 업계 관계자는 “구도심 출점의 경우, 기존에 개인 슈퍼를 운영하던 점주들이 운영 효율을 높이거나 더 나은 상품 구성을 위해 간판만 SSM 브랜드로 바꾸는 사례가 많다”며 “이럴 때는 기존에 영업일이나 영업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던 점주들이 갑자기 영업제한을 받게 돼 본사 입장에서도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신규 점포는 소규모 장보기를 자주 하는 신혼부부나 맞벌이 가구가 많은 신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출점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전통상권과 거리가 있어, 전통상업보존구역 연장은 현 소비 패턴과 다소 동떨어진 규제로 느껴진다”며 이어 “지방의 영업시간 제한이 적용되는 SSM의 경우 휴일 전날에는 오히려 매출이 늘어나는 등, 실제로는 전통상권 보호 효과가 크지 않은 규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객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라도 규제 완화는 필요하다”며 “전반적으로 유통 트렌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 대기업과 전통시장을 구분하는 기존 형태에서 벗어나 오프라인 유통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