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시즌에 돌입한 국내 항공사들이 겨울철 여행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노선 주도권’ 경쟁에 불을 붙였다. 올해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항공사들이 일제히 인기 노선 증편과 신규 취항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에 또다시 출혈경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동계 스케줄은 이달 26일부터 내년 3월28일까지 운영된다. 항공사들은 매년 하계와 동계 시즌으로 나눠 주요 운항 스케줄을 운영하는데, 동계 스케줄은 매년 10월 마지막 일요일에 시작한다.
이처럼 본격적인 동계시즌에 접어들면서, 항공사들이 동남아·일본‧중국 등 겨울철 인기 노선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항공사별로 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는 인천발 중국 구이린 노선 운항에 나섰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인천~구이린 노선을 주 4회(수·목·토·일요일) 일정으로 신규 취항했다. 진에어는 다음달 29일까지 인천~구이린 노선을 주 2회(수·토요일) 일정으로 운항한다.
티웨이항공은 부산발 일본 삿포로와 후쿠오카 노선을 새로 열었고, 에어로케이항공은 인천발 일본 오비히로·이바라키 노선을 정기편으로 운항한다.
이스타 항공은 인천발 인도네시아 마나도 노선을 12월16일까지 주 4회(수·목·토·일요일) 운항하다가, 이후 주 7회 항공편을 띄운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부산발 비엔티안 노선을 기존 주 2회에서 주 4회로 증편한다. 파라타항공은 다음달 17일부터 인천발 베트남 다낭·푸꾸옥 노선 운항을 시작하고, 이어 24일에는 나트랑 노선에도 취항할 예정이다.
이처럼 항공사들이 일제히 노선 확대에 나서는 건, 올해 부진했던 실적을 겨울철 여행 수요 회복으로 만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계시즌에 들어서면서 기존 여행 수요가 높은 노선에 대한 증편은 이어가면서, 동시에 새로운 노선 발굴을 통한 신규 취항에도 나서고 있다”며 “항공 수요 확보를 통해 하반기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런 경쟁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선 하계시즌에도 국제선 중심의 증편 경쟁이 치열했지만, 공급 과잉으로 운임 인하 경쟁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악화를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 LCC의 실적 부진은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항공사별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제주항공은 매출과 영업손실이 각각 3324억원과 4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줄고, 영업손실은 366억원 늘었다.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 79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20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경우 매출이 각각 0.7%, 27.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업계에선 3분기 역시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공사들이 인기 노선에 집중한 증편 경쟁을 이어가면서, 공급 과잉과 운임 인하가 되풀이되는 구조적 악순환에 놓였다고 지적한다.
이휘영 인하공업전문대학 항공경영학과 교수는 “모든 항공사가 기존 인기 노선을 중심으로 증편 경쟁에 나서다 보니, 수요가 한정된 노선에 공급이 집중되고 있다”며 “증편 경쟁에 치중하면서 결국 가격 경쟁 심화를 불러일으켜 수익성 악화로 직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제는 항공사들의 저가 경쟁 전략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저비용항공사는 값싼 운임만 내세울 것이 아닌, 노선별로 차별화된 서비스나 고급 상품을 선보여 새로운 수요층을 공략하는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