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한파에도 SPA 강세…스파오, IP·팬덤 소비로 성장 가속

소비 한파에도 SPA 강세…스파오, IP·팬덤 소비로 성장 가속

이랜드월드, 5년 연속 성장세…홍대·명동 매출 두 자릿수 상승
SPA 업계 차별화 본격화…가성비 넘어 ‘콘텐츠 소비’로 진화

기사승인 2025-10-30 11:00:04
서울의 한 스파오 매장. 마네킹에 캐릭터와 협업한 파자마 제품이 걸려 있다. 심하연 기자 

소비 위축으로 패션업계 전반이 침체된 가운데,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과 빠른 기획력으로 ‘가성비·가심비’ 소비 흐름을 흡수한 결과로, 브랜드별 차별화 전략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스탠다드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3300억원을 기록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도 지난해 회계연도(2023년 9월~2024년 8월) 기준 매출 1조602억원을 기록하며 5년 만에 1조원대를 회복했다.

국내 토종 SPA 브랜드인 스파오를 운영하는 이랜드월드도 매출이 올랐다. 회사 전체 매출은 5년 연속 성장하며 지난해 1조6839억원, 영업이익은 1737억원을 기록했다. 이랜드 패션 부문이 업계 침체 속에서도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는 IP 협업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 있다.

스파오는 최근 몇 년간 ‘짱구는 못말려’, ‘해리포터’, ‘포켓몬스터’ 등 글로벌 인기 캐릭터를 활용해 한정판 협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제품 판매뿐 아니라 매장 방문 경험 자체가 콘텐츠로 소비되면서, 홍대·명동 등 주요 관광 상권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외국인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2년 연속 20% 이상의 실적 증가를 기록했다.

여기에 K팝 팬덤을 겨냥한 컬래버레이션도 가세했다. 스파오는 지난 24일 아티스트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공식 캐릭터 ‘뿔바투’와 함께한 겨울 컬렉션을 출시했다. 팬덤이 강한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의류 디자인과 연계해 MZ세대의 소유 욕구를 자극한다는 전략이다. 스파오는 “IP와 K팝은 모두 글로벌 파급력을 갖춘 콘텐츠”라며 “한정성과 감성을 결합해 구매 전환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스파오 매장을 찾은 28세 직장인 지모 씨는 “요즘 스파 브랜드를 자주 이용한다. 이번엔 좋아하는 아이돌과 콜라보했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며 “옷값이 부담되지 않아 캐릭터 협업 제품이 나오면 종종 구매한다. 특히 애니메이션 캐릭터 굿즈는 비싼 편인데, 협업 의류는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아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스파오의 전략이 단순 ‘캐릭터 상품’ 수준을 넘어, K콘텐츠와 리테일을 결합한 신유형의 브랜드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스파오는 협업 제품을 단발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이를 중심으로 브랜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전략으로 확장하고 있다. 캐릭터나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제품 기획에 반영하면서 팬덤 경제를 패션 산업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중가 브랜드가 소비 둔화와 고정비 부담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가운데, SPA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빠른 기획 주기와 적정 원가, 협업 콘텐츠를 통해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패션 소비가 단순한 의류 구매를 넘어 ‘경험’과 ‘콘텐츠 소비’로 이동하면서, 브랜드 간 차별화 포인트가 상품력보다 기획력과 유통 구조에서 갈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패션기업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이 다시 살아나면서, 일부 SPA 브랜드는 매장을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콘텐츠 공간’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홍대·명동처럼 외국인 유입이 활발한 상권에서는 이런 전략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는 단기 매출 상승 요인으로 볼 수 있을 뿐, IP 협업이나 팬덤 마케팅이 브랜드의 장기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지속 가능한 세계관과 제품 완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결국 SPA 산업이 경기 둔화 속에서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에 더해 기획력·공급망 효율·콘텐츠 역량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