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협상’ 타결에 웃음짓는 자동차株…“다시 돌아온 미래”

‘관세협상’ 타결에 웃음짓는 자동차株…“다시 돌아온 미래”

기사승인 2025-10-31 06:00:08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국내 자동차 대형주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그동안 최대 리스크로 작용했던 고율 관세가 인하되면서 수출 불확실성을 줄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자동차주가 관세 부담 완화로 미국 내 경쟁력을 회복해 코스피 상승 랠리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본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국내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71% 상승한 26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이자 국내 2위 완성차 업체인 기아 주가는 0.35% 오른 11만6200원으로 뛰었다.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종목 중 하나다. 이들 모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내에 분포한 코스피 초대형주로 분류된다. 현대차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상반기 1조1939억원 순매수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던 종목이다.

그러나 자동차주는 국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가 경신 랠리를 펼치는 동안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소외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군이 높은 오름세를 펼쳤음에도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 직전 거래일 대비 0.14% 오른 4086.89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역대 최고가인 4146.72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피의 올해 상승률은 전날 종가 기준 70.32%에 달한다. 이는 글로벌 주요국(G20) 가운데 압도적 1위의 성적이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각각 25%, 15.39%로 코스피를 크게 밑돌았다. 다른 시총 대형주와 비교하면 더욱 큰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기준 시총 10위권 대형주인 삼성전자(95.68%), SK하이닉스(226.62%), 한화에어로스페이스(204.44%), HD현대중공업(106.61%), 두산에너빌리티(411.11%) 등은 모두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시장 수익률 상회)했다. 

자동차주가 미진했던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대국에 대한 무분별한 상호관세 부과 소식이 악재로 작용한 탓이다. 자동차 산업은 대표적인 대미 수출산업으로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직격타를 피할 수 없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의 대미 수출액은 전체(708억달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347억달러로 집계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지난 7월29일 한미 협상에서 상호 관세를 15%로 낮췄지만, 미국의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 프로그램 관련 후속 협의에 난항을 겪어 우려 요인은 잔존한 바 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 주가 부진은 미국 관세 부과 여파를 맞은 실적과 밸류에이션 모두에서 우려가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주가 상승률의 대부분은 이달 중순부터 시작됐다. 현대차는 장기간 추석 연휴가 직전 거래일인 지난 10일 22만원에서 전날 종가 기준 26만5000원으로 20.45% 급증했다. 기아도 10만4200원에서 11만6200원으로 11.52% 올랐다. 

현대차와 기아 주가가 이달 중순부터 상승장을 선보인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방한하면서 관세 협상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에 대한 굵직한 현안에 대해 논의될 것으로 주목된 영향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한국과) 회담에서 아주 많은 것이 결정됐다”라며 “매우 중요한 많은 항목에서 결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을 알리면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 관세가 15%로 인하된다고 전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자동차 대장주인 현대차에 대한 목표주가 눈높이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관세 인하가 확정됨에 따라 영업이익 추정치를 다시 높인 것에 기인한다. 대신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차 목표주가를 기존 25만9000원에서 33만원으로 높였다. 다올투자증권도 32만원애서 33만원으로 상향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업종 주가는 올해 들어 코스피를 크게 밑돌았다. 12개월 선행 밸류에이션 할인율도 주가수익비율(PER) 54%, 주가순자산비율(PBR) 58%로 역사적 최고 수준이다”라며 “현대차는 15% 관세 인화와 물량 및 판가 조정 등에 따라 내년 예상 관세 영향은 1조8000억원으로 기존 4조9000억원 대비 3조1000억원 축소될 전망”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관세 이슈에 뭍힌 호재 요인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해소로 현대차의 자사주 정책이 확정될 수 있어서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관세율 확정에 손익 상향 조정 및 예측 가능한 업황으로 전환됨에 따라 주주환원 이행이 기대된다”며 “현대차는 총주주환원율(35%) 이행 일환으로 올해부터 3년간 4조원 자사주 매입 소각이 계획돼 있다. 현재 주가는 이를 시행하기 최적의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이 현대차 주가 리레이팅(재평가)를 야기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엔비디아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현대차그룹은 파트너십 체결을 계기로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설루션을 지능화하고, 사업 운영 전반에 걸쳐 AI 기술 적용을 강화할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APEC을 계기로 방한하는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30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재계 수장들과 회동한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SK, 현대차그룹,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에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신규 계약을 개별적으로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의선 회장과 젠슨황의 회동에서 엔비디아의 현대차그룹에 대한 전략 투자와 기술 협력이 발표되면 리레이팅 근거가 될 수 있다”며 “협력 범위는 엔비디아 GPU를 활용한 디바이스 추론과 데이터센터 훈련 시작, 현대차에 대한 엔비디아 지분 투자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6년 1월 CES에서 로보틱스 기술 진전을 공유할 계획이다. 이후 5월에는 스마트카 첫 데모 공개가 있다”며 “구체적 기술 진전에 대한 확인이 이뤄지면, 현대차그룹의 장기 성장에 대한 정의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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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