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관세, 日·EU와 나란히 15%…수출 불확실성 걷혔지만 ‘부담 여전’

車 관세, 日·EU와 나란히 15%…수출 불확실성 걷혔지만 ‘부담 여전’

기사승인 2025-10-30 17:25:59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한미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 세부안에 최종 합의하면서,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일각에선 이번 협상 타결로 수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됐다며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관세 부담이 남아 업계의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미 관세협상 전격 타결…수출 숨통 트인 車 업계

30일 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 협상 타결로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하던 25%의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한미 간 관세협상이 전날 전격 타결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가장 큰 완성차 업계가 한숨을 돌렸다. 이에 따라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대미 수출 시장 전망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앞서 양국은 지난 7월 큰 틀의 상호 관세 인하에 합의했지만, 대미 투자 방식과 세부 조율 과정에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자동차 관세 조정이 지연돼 왔다. 협상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극적인 타결이 이뤄지며, 교착 상태에 놓였던 협상이 마침내 마무리됐다.

이번 관세 인하로 업계의 현지 가격 경쟁력은 일정 부분 회복될 전망이다. 지난달 미국이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면서 현대차의 쏘나타가 도요타 캠리보다 비싸지는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했지만, 이번 관세 조정으로 일본‧유럽연합(EU)과 동일한 관세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협상 타결 직후 “어려운 협상 과정을 거쳐 타결에 이르기까지 헌신적으로 노력해 준 정부에 감사드린다”며 “현대차·기아는 앞으로도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 기술 혁신 등으로 내실을 더욱 다지겠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도 “가격 역전으로 현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는데, 이번 합의로 일정 부분 해소됐다”며 안도감을 표했다.

업계와 증권가는 현대차와 기아가 연간 4조4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관세 25%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손실 비용은 각각 6조원, 5조원으로 총 11조원에 달한다. 이에 비해 관세 15% 적용시에는 손실 비용이 현대차 3조6000억원, 기아 3조원 등으로 추정되면서 총 4조4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수출 먹구름 걷혔지만…여전히 부담은 현재진행형

관세 인하로 수출 불확실성은 완화됐지만, 이미 관세 여파로 인한 피해는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조5372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2%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되며 전년 동기 대비 2.9%포인트(p) 하락한 5.4%로 집계됐다. 앞선 2분기에도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이익 감소액은 총 1조6142억원에 달했다. 

부품 업계의 피해도 심화되고 있다. 100대 상장 자동차 부품사의 올해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4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줄었으며, 2차 이하 중소 협력사의 감소 폭은 23.7%에 달했다. 지난 8월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4억9337만달러(한화 약 7062억5915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6% 하락했다.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관세 협상 타결로 수출 불확실성이 다소 완화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미 관세 영향을 받은 상황이라 피해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하된 관세 15%도 여전히 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수출 관세 0% 혜택을 받아왔지만, 이번 인하로도 여전히 과거보다 높은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학훈 오산대학교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이번 관세 인하로 업계는 일정 부분 숨통이 트였지만. 여전히 15%의 관세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기존 한미 FTA 당시 0%였던 관세가 25%로 급등했다가 15%로 완화된 것일 뿐, 여전히 인상된 상태라는 점에서 업계의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문 교수는 이어 “이미 관세 여파로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정부는 지속적으로 업계의 피해 현황을 면밀히 파악해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민재 기자
vitamin@kukinews.com
송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