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엔비디아와 ‘AI 팩토리’ 구축…반도체 제조 새 판 연다

삼성전자, 엔비디아와 ‘AI 팩토리’ 구축…반도체 제조 새 판 연다

기사승인 2025-10-31 15:25:36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손잡고 ‘AI 팩토리’를 구축한다. AI가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 품질 관리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학습·제어하는 차세대 지능형 공장으로, AI 반도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제조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31일 엔비디아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업계 최고 수준 반도체 AI 팩토리’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25년간 이어온 양사 파트너십이 결실을 맺은 것으로, AI 반도체 개발과 제조 경쟁력 모두를 강화하는 핵심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설계부터 품질까지 관리하는 ‘AI 지능형 공장’… HBM4로 성능 극대화

삼성의 AI 팩토리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학습해 설계, 공정, 장비 제어, 품질 검사 등 전 단계를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수년간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을 도입해 AI 팩토리 인프라를 확충하고,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가상 공정 시뮬레이션) 플랫폼 ‘옴니버스’를 활용해 문제 발생 전 결함을 예측·보정하는 스마트 제조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은 이미 일부 미세 공정에 엔비디아의 쿠리소(CuLitho)·쿠다-X(CUDA-X) 기술을 적용해 회로 왜곡을 실시간 보정하고 설계 시뮬레이션 속도를 기존보다 20배 이상 향상시켰다. 
 
삼성전자는 이번 협력과 함께 엔비디아에 △HBM3E △HBM4 △GDDR7 △SOCAMM 등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서비스를 공급한다.

특히 HBM4는 기존 대비 2배 향상된 전송 속도(11Gbps 이상)와 40% 개선된 전력 효율을 갖췄다. 1c(10나노급 6세대) D램에 4나노 로직 공정을 적용해 AI 학습과 추론 속도를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고객사에 HBM3E를 공급 중이며, HBM4 샘플 출하도 완료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라인. 삼성전자 제공

AI·로봇·통신으로 확장… ‘25년 동맹’의 진화
 
삼성전자는 AI 팩토리를 통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질적 성장을 견인한다는 목표다.

국내 팹리스(설계), 소재, 장비 기업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AI 제조 표준을 선도해 중소기업의 생산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공장 3.0’ 사업도 병행한다.

양사는 반도체를 넘어 AI 모델, 로봇, 통신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다.

삼성은 엔비디아의 GPU 기반 플랫폼 ‘RTX PRO 6000 블랙웰 서버 에디션’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율 제어 기술을 고도화하고, 지능형 기지국(AI-RAN) 공동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AI-RAN은 네트워크와 AI를 결합한 차세대 통신 기술로, 로봇과 드론 같은 물리적 AI 기기가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동작·학습할 수 있게 한다.

양사는 지난해 기술 검증을 마쳤으며, 이번 협력을 통해 상용화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5년 넘게 이어진 협력이 이제는 AI 반도체 동맹으로 발전했다”며 “AI 팩토리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AI 제조 혁신의 중심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