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저축은행, KBI그룹 품으로… M&A 시장 훈풍은 ‘아직’

상상인저축은행, KBI그룹 품으로… M&A 시장 훈풍은 ‘아직’

기사승인 2025-11-04 06:00:13
쿠키뉴스 자료사진

상상인저축은행의 KBI그룹 매각이 성사됐지만, 이를 계기로 저축은행 M&A 시장이 살아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업황이 아직 회복 단계에 있고 각종 규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담으로 금융사들이 섣불리 M&A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행과 KBI그룹 산하 KBI국인사업은 최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KBI그룹은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90.01%(1224만1주)를 1107억원에 인수한다. 잔여 지분 9.99%(136만주)는 상상인이 계속 보유하기로 했다. 주식 처분 예정일은 내년 3월 말이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상상인은 처분 목적에 대해 “금융위원회의 주식 처분 명령 이행 및 투자자금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상상인저축은행은 2023년 대주주인 상상인그룹이 대주주 적격성 논란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주식 처분 명령을 받으며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올해 3월에는 건전성 악화로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를 받았다. 이후 우리금융그룹과 OK금융그룹 등과 협상을 벌였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 KBI그룹은 지난 7월 경북 구미의 라온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저축은행을 품게 됐다. 라온저축은행 역시 지난해 경영 악화로 경영개선권고를 받았던 곳이다. 업계에서는 KBI그룹이 이미 라온저축은행 인수 당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인정받은 만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 절차도 무난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는 이번 거래를 ‘저축은행업계 M&A 시장 활성화의 신호’로 보기엔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자발적 매각이라기보다 감독당국 조치에 따른 특수한 사례라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상상인저축은행은 자체 의사보다는 금융당국의 매각 명령에 따라 거래가 진행된 만큼 특수한 케이스로 봐야 한다”며 “이번 거래를 업권 전반의 M&A 활성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기존에 매각설이 돌던 저축은행들은 여전히 움직임이 없다”며 “적체됐던 매물이 일부 해소되며 시장이 안정되는 모습이지만, 본격적인 ‘훈풍’으로 보긴 어렵다”고 했다.

저축은행의 여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도 M&A 시장 회복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PF 관련 충당금 부담이 4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실적 악화 원인이 PF 부실인데, 이를 해소하려면 결국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선 섣불리 인수에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상상인저축은행의 매각 가격이 향후 거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그 이상 가격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 기존에 매각을 검토하던 중형사들이 ‘이 가격엔 못 판다’며 거래를 미루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시장이 단기간에 활기를 되찾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 업황 회복세… PF 정리·상속세 변수에 M&A ‘촉각’

그럼에도 저축은행업은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고, 제조업 자금 조달과 운용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사업으로 평가 받는다. 금융당국이 신규 인가를 사실상 중단한 업종이어서 수도권 기반 저축은행의 경우 라이선스 자체가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업황도 서서히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합산 순이익은 2570억원으로, 1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은 각각 1.47%포인트(p), 1.10%p 하락하며 건전성 회복 흐름을 이어갔다. 부동산 PF 부실채권을 공동 매각한 효과가 컸다. 저축은행중앙회가 추진 중인 ‘PF 정상화 펀드’를 통해 상반기에만 1조4000억원 규모의 부실자산을 정리했다.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매각을 검토하는 중소형 저축은행이 적지 않은 점도 향후 시장 변동 가능성을 높인다. 오너 일가가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매각을 미루겠지만, 세금 부담이 과중할 경우 시장에 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저축은행 가운데 매각을 원하는 곳도, 인수 의향을 가진 곳도 많지만 가장 큰 변수는 상속세 문제”라며 “상속세 부담으로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매각 가격이 낮아지고, 인수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