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에 동학개미 SK하이닉스 선택…증권가 ‘황제주’ 간다

‘불장’에 동학개미 SK하이닉스 선택…증권가 ‘황제주’ 간다

SK하이닉스 62만원 마감…사상 최고가 랠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수혜주 부각, ‘고래’ 투자자들도 ‘집중’

기사승인 2025-11-04 06:00:16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달 31일 경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SK하이닉스의 HBM4 반도체 웨이퍼를 선물로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동학개미 투자자들이 증시 불장을 이끌고 있는 SK하이닉스를 대규모 매수하고 있다.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을 선보인 점과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의 최대 수혜주로 부각된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일제히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면서 황제주(주당 100만원)에 등극할 것으로 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10.91% 급등한 62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가 60만원을 넘긴 채로 마감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장중 62만4000원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가도 경신했다. SK하이닉스의 최근 한 달간의 수익률은 56.76%에 달한다.

이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국내 개인 투자자의 대규모 순매수세가 꼽힌다. 개인은 지난 10월 SK하이닉스를 3조291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개인의 국내 증시 순매수 상위종목 중 1위에 해당하는 대량 매집이다. SK하이닉스의 뒤를 이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네이버 등은 각각 4392억원, 3764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이른바 ‘고래’로 불리는 큰손의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도 급증했다. 지난 10월1일부터 30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1억원 이상 일평균 대량주문 건수는 하루 평균 2만8729건으로 전월(1만8957건) 대비 52% 늘었다. 이는 지난 2021년 8월(3만4543건) 이후 4년 2개월만 최대치다. 아울러 이들 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4만3787건 주문해 매입 규모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에 투자자들이 쏠린 이유는 올해 3분기 역대급 실적 제고에 성공해서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연결 기준 올 3분기 매출액 24조4490억원, 영업이익 11조3834억원, 당기순이익 12조59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1.9% 상승해 사상 첫 분기 10조원을 돌파했다. SK하이닉스 측은 “HBM3E 12단과 서버향 DDR5등 고부가가치 제품군 판매 확대로 지난 분기에 기록한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한번 넘어섰다”고 했다.

또한 현재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가능케 한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주가 모멘텀을 뒷받침하고 있다. 손인준 흥극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HBM, DRAM, NAND 모든 제품이 매진됐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쇼티지(공급부족)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또 HBM4의 연간 공급 계약은 현재 수익성이 유지 가능한 수준에서 완료됐다고 밝혀 내년 HBM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하락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상보다 강한 AI 반도체 수요가 SK하이닉스의 독보적 품질·양산 경쟁력과 맞물려 공급 가격이 생산 원가에 연동되게끔 협상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오는 2027년까지 HBM 공급이 수요 대비 부족할 것으로 전망돼 향후 시장 성장 수준은 공급 여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전망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1위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십에 함께하기 때문이다. 앞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방한한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에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엔비디아의 인프라 생태계 참여로 소버린(주권형) AI 구축의 가속화를 의미한다. 

아울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가장 효율적인 AI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하면서 투자 열기가 더 불붙은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전날 SK AI 서밋 2025에 참석해 “SK그룹은 생산능력(캐파)을 늘리고 기술 개선을 통해 메모리 (공급) 병목(불일치) 현상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년 중 가동할 청주캠퍼스 M15X팹(반도체 제조시설), 오는 2027년 가동 예정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소개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는 초고용량 메모리 칩을 개발하거나 낸드 콘셉트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며 “SK하이닉스 기술력은 업계에서 충분히 증명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AI 반도체 수혜주로 부각된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이후 SK하이닉스 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 가운데 2개사(목표주가 유지·미제시)를 제외한 13개사가 모두 눈높이를 높였다. 

SK증권은 목표주가 100만원을 제시해 ‘황제주’ 등극 기능성이 유력할 것으로 봤다. 이어 흥국(75만원), 신한투자(73만원), NH투자 71만원, 삼성·DB·다올·한투(70만원), 유진투자(69만원), iM·신영(68만원), 현대차·하나증권(65만원) 순으로 진단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 35% 상향(56조원→76조원)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방법을 주가수익비율(P/E)로 변경했다”라며 “실적 전망의 상향은 AI 스케일 아웃 사이클의 시작이 HBM뿐 아니라 DRAM, eSSD까지 메모리 전반의 수요를 견인하고, 공급자들의 제한적 여력이 공급자 우위를 장기화시킬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을 매출액 92조453억원, 영업이익 41조8354억원, 순이익 38조130억원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9.06%, 78.27%, 92.01% 늘어난 수준이다. 증권사들이 6개월 전 평가한 연간 영업이익이 35조9320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반기 만에 16.42% 높아졌다.

다만 지난달 급등세를 선보인 만큼 단기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던 가장 큰 이벤트인 APEC 등이 마무리된 점에서 한동안 모멘텀 공백 상태가 예견된 탓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빅 이벤트가 끝나 모멘텀 진공상태가 예상된다”며 “코스피가 한 달 동안 19.9% 급등하는 과정에서 반도체에 대한 편중이 심해졌다. 상승추세는 유효하나, 탄력이 둔화되는 소강 국면을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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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