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 4000선을 돌파하면서 은행에서 증시로 ‘머니무브(자금이동)’가 가속화하고 있다. 은행의 수익성을 책임지고있는 요구불예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이를 한번에 확보할 수 있는 ‘기관 영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지난달 말 기준 647조8564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 669조7238억원에서 한 달 새 21조8674억원 감소한 규모다. 이탈한 자금은 대부분 증시로 흘러간 것으로 분석된다. 요구불예금은 파킹통장처럼 언제든 인출할 수 있는 ‘투자 대기성 자금’으로, 금리가 연 0.1~0.3%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 차익)의 기반이 되는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코스피 ‘불장’이 불러온 머니무브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내년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종전 3300~4000에서 3800~4600으로 상향 조정했고, LS증권도 상단 예상치를 4100에서 4500으로 높였다. JP모건은 “12개월 기준 코스피 목표치를 5000으로 상향하고, 강세 시 6000선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요구불예금의 이탈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은행들 입장에서 안정적이고 대규모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지자체 금고·법원 공탁금·연기금 예치 등 ‘기관 영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서울·인천·부천을 비롯한 주요 지자체와 서울중앙지방법원 등 대형 금고의 계약 만기가 도래하면서 은행 간 ‘금고 쟁탈전’이 불가피하다. 현재 서울시 1·2금고는 모두 신한은행이 맡고 있다.
연기금투자풀 신탁업자 선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24년간 신한은행이 단독으로 보관해온 정부의 연기금투자풀은 내년부터 복수의 신탁기관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연기금풀 신탁업자를 2~3곳으로 늘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입찰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들은 수신 경쟁 강화를 위해 예금 금리 인상과 기관 영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머니무브는 기관 영업 확대 정책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또 요구불예금 감소로 은행의 조달 부담을 가중시켜 대출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은행권은 아직까지 자금 유출을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코스피가 오르며 단기적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지만, 별도 대응책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예금금리가 조금 올랐고, 기본적인 예금 등이 있어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