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역사 품은 샘표, 공장 안에 ‘예술과 쉼’을 담다 [쿠키인터뷰]

80년 역사 품은 샘표, 공장 안에 ‘예술과 쉼’을 담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5-11-05 06:00:09
(왼쪽부터) 이윤아 샘표 홍보이사, ‘샘표 스페이스’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동희 작가, 이지원 총괄디렉터. 샘표 제공

“공장에서는 정해진 시간마다 ‘땡’하는 종소리가 울려요. 시간에 맞춰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잠시 숨 고르고 여유를 느낄 공간이 있다면 직원들이 훨씬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윤아 샘표 홍보이사는 최근 새단장을 마친 샘표 이천공장 문화예술공간 ‘샘표 스페이스’를 이렇게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공장 속 갤러리는 단순한 전시장이 아닌 ‘일터 속 쉼의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었다.

지난 3일 찾은 이천공장 내 ‘샘표 스페이스’는 1946년 시작된 샘표의 80여년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입구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발효의 여정을 담은 영상이 상영되고, 한쪽 벽에는 시대별로 간장병 디자인이 전시돼 있었다. 투박한 유리병에서 세련된 곡선형 병으로 바뀌기까지의 변화는, ‘시간이 만든 브랜드’의 깊이를 보여줬다.

샘표 스페이스 내부. 샘표 제공

2004년 문을 연 샘표 스페이스는 오랫동안 ‘공장 속 갤러리’로 불렸다. ‘행복한 사람이 건강하고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철학 아래, 샘표는 매년 7번가량 회화와 조각 등 다양한 전시를 열어왔다. 지난달 샘표는 이 공간을 전면 리뉴얼하며 ‘예술과 쉼의 공존’을 새로운 콘셉트로 내세웠다.

직원들 사이에서 이 공간은 ‘공장의 오아시스’라고 불린다. 이 이사는 “기존에는 단순히 전시만 감당하는 구조였다면, 이번에는 소파와 의자를 곳곳에 배치해 점심 후 자연스럽게 와서 앉고 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직원은 ‘여기 다방 같아요’라고 표현했는데, 익숙하고 편한 공간이라는 뜻으로 느껴져 기분 좋은 피드백이었다”고 웃었다.

리뉴얼된 공간은 한층 밝고 부드러워졌다. 자연광이 실내로 스며들도록 구조를 바꾸고, 식당과 전시장이 서로 풍경을 공유하도록 설계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동희 작가는 “기존 창은 가려져 있어, 빛이 드는 창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공장 어디서든 자연광이 느껴질 수 있게 신경썼다. 안쪽에도 큰 창을 내고, 식당과 전시장이 서로 보이도록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샘표 스페이스’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한 김동희 작가와 이윤아 샘표 홍보이사. 샘표 제공

공간의 형태 역시 새로워졌다. 김 작가는 “자연의 발효 과정을 공장에서 관리하고 생산한다는 게 신기했다”며 “그래서 디자인에도 ‘자연’이 꼭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콩과 소금, 물처럼 자연 재료가 발효되는 과정을 콘셉트로 삼아, 직선 대신 곡선 구조를 도입했다. 산업의 질서보다 자연의 흐름에 가까운 형태를 추구했다는 설명이다. 

샘표의 예술 공간은 이천공장 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앞서 진행된 ‘샘표 아트팩토리 프로젝트’를 통해 공장 외벽 전체를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몄고, 식물성 발효 전문 연구소인 ‘샘표우리발효연구중심’의 회의실과 복도에도 다양한 작품이 걸려 있다.

“직원들이 행복하고 편안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박진선 대표님의 철학입니다. 예술을 공간에 녹이는 것이 직원들의 행복감에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여러차례 경험했습니다.” (이윤아 샘표 홍보이사)

샘표 스페이스 내부. 샘표 제공

리뉴얼된 샘표 스페이스에는 김동희 작가를 비롯해 양정욱, 하지훈, 임옥상 등 주목받는 국내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 공장 안에 자리한 이곳은 이제 직원들에게 가장 가까운 예술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 이사는 “보통 일반인들은 1년에 두세 번쯤 전시를 보러 가지만, 이곳 직원들은 연간 7번 이상 다양한 전시를 접할 수 있다”며 “사전 신청을 통해 일반 관람객도 방문할 수 있고, 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샘표 스페이스에서는 재개관을 기념해 Jun.GK 작가의 개인전 ‘공간을 점유하는 것들 part Ⅲ’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이어지며, 일반인도 샘표 홈페이지 내 온라인 예약 링크를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