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시승·출고 한곳에서… 일본에서 현대차가 선택받는 방식 [현장+]

전시·시승·출고 한곳에서… 일본에서 현대차가 선택받는 방식 [현장+]

기사승인 2025-11-06 12:00:04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고객경험센터(CXC). 김수지 기자 

일본 오사카 중심가의 현대자동차 고객경험센터(CXC)는 단순한 쇼룸이 아니다. 지난 5월 문을 연 이곳은 일본 소비자들이 현대차라는 브랜드와 전기차를 직접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방문객은 예약을 통해 시승하고, 차량 설명을 듣고, 출고식까지 진행할 수 있다.

현대차에게 이곳은 단순한 체험 공간이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 브랜드 신뢰를 쌓기 위한 중요한 교두보다. 아직 ‘선택받는 브랜드’라기보다 ‘검증받는 브랜드’로 자리한 현대차에게 이번 재진출의 성패는 향후 일본 시장 내 입지를 좌우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찾은 오사카 CXC 전시장에는 아이오닉5와 인스터 크로스(한국 출시명 캐스퍼) 크로스가 전시돼 있었다. 시승 예약을 한 고객들이 시승과 함께 다양한 모델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코테가 주니치 현대차 오사카 CXC 시니어매니저는 “대부분 사전에 시승 예약을 하고 온다”고 말했다. 

이 공간은 요코하마 CXC를 기반으로 설계됐으며, 전시 차량은 최대 3대까지 배치한다. 전시장 한쪽에는 아이오닉5N을 위한 ‘N 스페이스’가 마련돼 있고, 일본 드리프트 드라이버 츠치야 케이치와 협업한 전용 부품도 전시돼 있다.

전시장 뒤편의 출고 공간에서는 실제 고객 인도가 이뤄지고 있었다. 코테가 매니저는 “고객에게 차량을 넘겨줄 때는 보통 1시간~1시간30분 정도 설명을 드린다”며 “현대차라는 브랜드도 그렇고 EV 자체에 대한 낯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명이 끝나면 고객이 직접 차량을 몰고 건물 밖으로 나간다. 조명과 충전 설비가 갖춰져 있어 고객들이 천천히 출고식을 진행하며 기념사진도 남길 수 있었다.

일본 오사카 현대자동차 고객경험센터의 N 스페이스. 아이오닉 5 N 차량은 물론 현대차 관련 굿즈도 구경할 수 있었다. 이곳에선 드라이빙 시뮬레이션도 이용할 수 있다. 김수지 기자 

임민주 현대자동차 일본법인 상품마케팅실장 및 상무는 “일본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구매하기 전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한다”며 “차량 매뉴얼을 형광펜 쳐서 들고 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V2L 같은 새로운 기능은 처음 전기차를 구매하는 사람에게 생소하기에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XC는 단순히 시승 공간을 넘어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쌓는 역할도 한다. 임 상무는 “현대차 브랜드가 아직 낯설어 가족들이 고민하거나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는 시승을 적극 권유하고, 많게는 여섯 번 이상 시승하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오사카 지역은 일본 내에서도 가격에 민감한 시장으로 꼽힌다. 코테가 매니저는 “간사이(오사카 등) 지역의 고객은 프로모션에 민감하다”며 “그렇다고 할인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수입차와 비교하며 장점을 설명하고 시승을 통해 만족하게 한다”고 말했다. 

인스터 크로스(한국 출시명 캐스퍼)의 실내. 김수지 기자 

오사카 CXC는 번화가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야간 유동 인구가 많다. 코테가 매니저는 “근처에 술집과 식당이 많아 밤에 조명을 밝게 해두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흥미를 보이며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했다. 임 상무도 “젊은 사람들은 지나가다가 들리곤 하는데, 특히 여성들이 인스터가 귀엽다고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인스터 크로스의 일본 경쟁 모델로는 닛산의 전기차 ‘사쿠라’라 꼽힌다. 코테가 매니저는 “인스터는 사쿠라보다 차체가 크고, 항속 거리도 두 배”라며 “인스터는 유튜브 리뷰가 좋은 편이고, 유튜브 리뷰를 보고 구매하러 오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인스터는 일본 도로 환경에 맞춰 서스펜션이 현지화됐돼 있다.  

지자체 보조금이 없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사카 CXC는 오픈 이후 100대 이상을 판매했다. 코테가 매니저는 “100대를 판매했으니 최소 500쌍 이상 방문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일본에서 현대차는 여전히 도전자다. 그러나 오사카 CXC가 보여주는 가치는 단순한 판매 실적이 아니다. 고객은 시승을 반복하고, 매뉴얼에 형광펜을 칠하는 등 열심히 공부하며, 가족과 함께 출고식을 진행한다. 현대차는 그 과정을 지원하며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고 있었다. 단순히 차량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브랜드를 이해하고 확신하도록 만드는 과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오사카에서 현대차가 쌓아가고 있는 것은 숫자가 아닌 ‘신뢰’라는 자산이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