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믿었다가 피해”…급성장한 공구·라이브커머스, 책임은 ‘사각지대’

“인플루언서 믿었다가 피해”…급성장한 공구·라이브커머스, 책임은 ‘사각지대’

SNS커머스 피해 접수 증가…‘청약철회(환불)’ 피해 가장 많아
판매자 연결 공식 창구 없어 분쟁조정 어려운 상황도
“소비자 정보 제공을 위해 ‘문제 채널’·‘반복 유형’ 공개해야”

기사승인 2025-11-06 13:16:52 업데이트 2025-11-07 14:02:25
인스타그램 ‘#공구’ 해시태그에 259만개 게시물이 올라와있다.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이건 제가 진짜 써보고 좋아서 추천하는 거예요.”

평소 ‘뷰티 꿀팁’을 공유하던 인플루언서의 말을 믿고 화장품 공동구매에 참여한 A씨는 막상 배송된 제품에 불량품이 섞여 있자 환불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 그는 “제품값보다 환불을 받기 위한 법률 상담 비용이 더 나올까 봐 난감하다”고 말했다.

개인 SNS를 기반으로 한 공동구매와 라이브커머스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책임 소재가 모호한 거래로 소비자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제도적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 SNS 채널을 활용한 커머스가 새로운 소비 채널로 자리 잡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에서 개인이 일정 기간 판매 링크를 열어 주문을 모아 발주하는 ‘공동구매(공구)’부터, 실시간 방송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라이브커머스’까지 형태가 다양하다. 인스타그램에서 ‘#공구’ 해시태그는 약 259만 건, ‘#라이브커머스’는 약 35만9000건에 달한다.

이처럼 거래가 급증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 업계는 판매자가 제작자인지, 단순 소개자인지, 실제 판매자인지 역할이 모호한 구조가 책임 회피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업자등록이 확인되지 않은 계정에서 DM·오픈채팅 등 비공식 채널을 통해 주문이 진행되는 경우, 소비자는 판매자 신원이나 거래 기준을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또 SNS 커머스 특성상 상당수 제품이 사입 또는 OEM 방식으로 조달돼 KC인증·성분표시 등 검증 절차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 문제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SNS 커머스는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형태부터 주문만 연계하는 형태, 단순 홍보에 그치는 형태까지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며 “현재 유관 부서에서 유형별 실태 파악과 시장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자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반복적으로 영리 목적의 판매를 하면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품 하자가 발생할 경우 법적 제재가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판매 구조가 복잡한 일부 사례에서는 제재 회피 가능성이 있어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22년~2025년 9월) 라이브커머스 관련 피해 상담은 총 1489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259건에서 올해 9월 510건으로, 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는 청약철회(환불) 피해가 525건으로 가장 많았고, 광고와 다른 상품 배송 등 계약 불이행이 392건, 품질문제 319건 순이었다. 품목별로는 의류·신발·잡화가 789건으로 가장 많았고, IT·가전(234건), 식품·의약품(19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피해가 발생했을 때 거래 내역과 환불 요청 근거를 남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후 1372소비자상담센터 또는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 등을 신청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스스로의 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SNS를 통한 구매 피해가 접수되면 피해 규모와 증빙 자료를 검토해 상담 및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한다”며 “다만 사안에 따라 구제가 가능한 경우도 있고, 사실상 어렵게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자가 사업자등록이나 통신판매업 신고가 되어 있지 않으면, 판매자와 연락 가능한 공식 창구 자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원에서도 분쟁 조정이나 권고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운 사례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SNS 커머스는 쇼핑 목적의 구매 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즉흥적으로 구매가 이뤄지는 ‘충동구매’ 성향이 강하기도 하다”며 “이러한 거래는 C2C에 가깝고 판매자 가운데 사업자등록이 되지 않은 경우도 많아, 피해 발생 시 분쟁 해결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당장 제도적 규제를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소비자가 사전에 위험을 인지할 수 있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피해가 반복되는 채널·유형을 정부부처가 공개하는 방식의 예방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