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분할매수로 들어가야 하는데, 매매 규정이 타이트하고 무엇보다 제 계좌를 회사에서 다 들여다보고 있으니 눈치가 보이죠. 금융회사 아닌 곳 다니는 분들은 좋겠어요”
최근 코스피가 6%넘게 빠지자 여의도 증권맨들로부터 한탄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상승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다.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임직원의 주식 거래를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일부 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사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내부통제를 강화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 제63조에 따라 증권사 금융투자업계에 종사하는 임직원은 △본인 명의 계좌 사용 △단일계좌 사용 △계좌 개설 신고 △분기별 매매명세 통지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더해 각 회사 별로 금융투자협회 내부통제 권고에 따라 △매수주문 횟수 △매매회전율 △투자금액 등을 제한하고 있다. 대체로 컴플라이언스 부서에서 전산을 통해 임직원 계좌를 자동 관리한다.
금투업계, 자본시장법+자체 내부통제 규정 강화
한국투자증권은 △매수주문 월 30건 △매매회전율 월800% △투자금액은 직급별 상이하나 사원은 4000만원까지만 직원의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또 국내상장주식, 주식관련 사채, 파생결합증권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임직원 규제대상 금융투자상품에 포함되면 매매를 제한한다. 해외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대해선 자체 규정에 의거해 특정 직무 직원들의 경우 매매를 할 수 없다.
미래에셋증권은 △매수주문 월 30건(국내주식) 또는 일 3건 중 선택 △매매회전율 월 500%(국내) △투자금액 국내주식 연간투자 한도를 직급별로 설정해 뒀다. 예컨대 매니저의 경우 연간 30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며, 직원 요청 시 직전연도 연봉까지 투자한도 증액이 가능하다. 총 누적 투자금액한도는 5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해외주식에 대해선 월 60회로 제한하는 등 자체적으로 더 강화된 내부통제를 하고 있다.
대신증권도 △매수 주문 하루 3건 또는 월 30건 △투자금액 연봉 내 등의 내용으로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정부 철퇴에 내부 통제 더 옥죄는 증권사
정부는 최근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며 ‘코스피 5000 시대’를 공언하고 있다. 부동산에 집중된 자금을 주식 등 자본시장으로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을 핵심 정책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 하지만 불법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거래 등 불건전 행위에 대한 단속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증권사들은 내부통제에 더욱 신경 쓰고 있다. 최근 IB 임직원이 공개매수 전 주식을 매매한 혐의를 받으며 쇄신에 나선 NH투자증권은 이전보다 더 강력한 규정을 내걸었다. 이날부터 NH투자증권 임원급 직원은 국내주식 매매를 일체 금지했다. 다만, ETF나 해외주식 등은 가능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이슈가 된 사안으로 위에서 우리도 임직원 매매 규정을 더 강화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고려할때 금융업계 종사자에게만 타이트한 기준을 제시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식시장 참여를 장려하면서 정작 금융권 종사자는 거래가 제한되는 건 모순”이라면서 “시장을 매일 들여다보는 입장에서 흐름이 보여도 규정상 투자를 못하니 답답해 회사를 그만두는 사례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개인의 비위 문제인데 시스템적으로 막아버리는 건 개인의 투자 자유를 제한하는 거 아니냐”며 “오히려 매매제한을 더 풀어주면 가족이나 지인 계좌를 이용해 몰래 거래를 하는 문제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투명한 시장 질서와 금융권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이처럼 타이트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당국과 회사측에서 이렇게 규제를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면서 “개인의 문제로 회사와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 하지만 금융회사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 통제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