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판도 변화’…아모레 회복·에이피알 질주·애경 반등 시동

‘K-뷰티 판도 변화’…아모레 회복·에이피알 질주·애경 반등 시동

아모레퍼시픽, 해외 고성장으로 투트랙 성공
APR, ‘1조 클럽’ 목전…글로벌 뷰티테크 기업 도약
애경산업, 영업익 73억…‘태광 인수’로 반등 노린다
실적 발표 앞둔 LG생활건강…증권가 “적자 불가피”

기사승인 2025-11-07 06:00:08
국내 주요 뷰티 기업들의 올해 3분기 실적이 속속 공개되면서 산업 내 ‘세대 교체’ 흐름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체질 개선과 글로벌 확장을 통해 수익성 회복에 성공했고, 에이피알은 공격적인 해외 진출로 외형 성장을 이끌며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애경산업은 실적 부진 속에서도 태광그룹 인수를 계기로 반등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다음주 실적 발표를 앞둔 LG생활건강은 면세점 재정비 등 이유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이 나온다.


아모레퍼시픽, 해외 고성장으로 ‘럭셔리+이커머스’ 투트랙 성공

7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25년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1082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39%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수익성 회복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주력 계열사 아모레퍼시픽의 매출은 4%, 영업이익은 41% 늘었다. 면세점과 크로스보더(직수출 협업) 채널 판매가 호조를 보이며 내수 시장에서도 성장세를 유지했다. 설화수는 온·오프라인에서 동반 성장하며 ‘럭셔리 스킨케어 리더십’을 강화했고, 라네즈와 에스트라는 이커머스 중심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미쟝센·라보에이치 등 헤어 브랜드도 신제품 효과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해외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 영업이익은 73% 늘었다. 미국 시장에서는 라네즈가 틱톡숍과 세포라 입점 효과로 매출이 크게 증가했고, 유럽·중동(EMEA) 지역에서는 라네즈·이니스프리·에스트라의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확장됐다. 중화권은 수익 구조 개편을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회사 실적도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이니스프리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59%, 에뛰드는 145%, 오설록은 40% 각각 증가했다. 특히 오설록은 ‘말차 트렌드’를 주도하며 티(Tea) 카테고리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아모레퍼시픽은 창립 80주년을 맞아 ‘크리에이트 뉴뷰티’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프리미엄 스킨케어 부문 글로벌 톱3 진입과 해외 매출 비중 70% 달성을 목표로 AI 기반 경영혁신과 글로벌 브랜드 확장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에이지알 부스터 진동 클렌저 모델로 발탁된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에이피알 제공

에이피알, ‘1조 클럽’ 목전…글로벌 뷰티테크 기업으로 도약


신흥 강자 에이피알은 3분기 매출 3859억원, 영업이익 96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2%, 253%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24.9%로,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발 관세에도 흔들림 없는 수익성을 입증했다.

누적 매출은 9797억원으로 연내 ‘매출 1조원 클럽’ 달성이 유력하다. 화장품 부문 매출은 27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으며, 메디큐브 제로모공패드·PDRN 라인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고른 매출을 견인했다. 뷰티 디바이스 부문 매출도 10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AGE-R’ 디바이스는 글로벌 누적 판매 500만대를 돌파했고, 해외 매출 비중은 80%에 달한다.

미국 시장은 전체 매출의 39%를 차지하며 핵심 성장 축으로 부상했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흥행과 ULTA Beauty 입점 확대로 분기 매출 1500억 원을 돌파했다. 일본 Qoo10 ‘메가와리’ 프로모션에서는 뷰티 카테고리 1위를 기록했고, 유럽·신흥국 시장에서도 매출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성장했다.

이나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유럽·일본은 아직 성장 잠재력의 절반만 보여준 상태”라며 “4분기부터 ULTA 재주문, 틱톡숍 매출 증가로 실적 모멘텀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11~12월 세일 시즌의 트래픽이 내년 실적 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애경산업, 3분기 영업이익 73억…‘태광 인수’로 반등 노린다


반면 애경산업은 3분기 매출 1693억원, 영업이익 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23.6% 감소했다. 누적 기준 매출은 4916억원(-3.2%), 영업이익은 245억원(-43.7%)으로 부진했다.

화장품 부문 매출은 515억원(-9.7%), 영업이익 21억원(-45.8%)에 그쳤고, 생활용품 부문은 매출 1146억 원(+7.1%)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4억 원(-5.8%)으로 줄었다. 중국 내수 둔화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다만 업계에선 태광그룹 인수를 계기로 체질 개선 효과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태광산업 컨소시엄은 지난달 약 4700억원 규모의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2월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태광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 신사업 확장을 위해 총 1조5000억원 투자를 예고했다.

태광의 자본력과 유통망이 결합되면 애경산업의 글로벌 진출 속도도 빨라질 전망이다. 회사는 프리미엄 중심의 수익성 강화, 글로벌 시장 확대, 채널 경쟁력 강화로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LG생활건강, 10일 실적 발표 예정…증권가 “화장품 적자 불가피”

LG생활건강도 오는 10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면세점 재정비와 브랜드 투자 확대로 단기 실적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LG생활건강 분석보고서를 발간한 유진투자증권, KB증권, LS증권, 흥국증권 등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매출 1조6400억 원(-4.4%), 영업이익 580억 원(-45.3%)을 전망하며, 화장품 부문 적자 전환 가능성을 제기했다.

부문별로는 △화장품 매출 5782억 원(-11.1%), 영업손실 237억 원(적자전환) △생활용품 매출 5694억 원(+1.2%), 영업이익 366억 원(-11.2%) △음료 매출 4909억 원(-1.9%), 영업이익 451억 원(-15.7%)으로 예측된다.

유진투자증권은 “중국향 물량 축소와 면세점 재정비, 브랜드 투자 확대로 단기 수익성은 하락하겠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낮아진 기저효과와 신규 브랜드 성과로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전통 기업들은 수익 구조를 다지고, 신흥 기업들은 기술과 데이터 기반의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체질 개선 경쟁이 본격화됐다”며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실적 개선을 넘어, 향후 K-뷰티 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와 성장 방향을 새롭게 규정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