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병원·편의점·약국…밤에 아픈 아이, 어디로 가야 하나

응급실·병원·편의점·약국…밤에 아픈 아이, 어디로 가야 하나

심야 소아 환자 위한 제도 여럿 있지만 쓰임새 달라
“제도 간 연계성 키워야”

기사승인 2025-11-07 06:00:08
서울 시내에서 운영 중인 공공심야약국 간판. 이찬종 기자

“늦은 밤 아이가 아플 때, 응급실 말고 어디로 가야 하나요?”

온라인 맘카페에는 “응급실 대신 어디로 가야 하느냐”는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달빛어린이병원, 공공심야약국, 편의점 안전상비약 등 선택지는 마련돼 있지만 운영 방식과 이용 조건이 서로 달라, 보호자들이 적절한 대응책을 찾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만 2세 미만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달빛어린이병원’이다. 영유아는 일반의약품을 임의로 사용할 수 없고, 해열제·지사제 등도 전문의 처방이 필요해 달빛어린이병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운영 기관 수가 적어 실제로는 찾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자녀를 둔 부모들은 주로 ‘공공심야약국’을 이용한다. 약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지만, 약국 수가 충분하지 않고 비수도권일수록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병원과 약국이 문을 닫는 명절이나 긴 연휴에는 소아용 해열제를 구하기 위해 편의점을 찾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약’은 공휴일과 관계없이 24시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린이용 해열제 품목이 생산 중단으로 품절 돼, 실제로 소아가 복용할 수 있는 약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응급실은 소아 환자를 둔 부모들에게 가장 마지막 선택지로 꼽혔다. 응급 진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긴 대기 시간과 소아 전문의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로 선호도가 낮았다.

이처럼 심야 시간 소아 환자를 위한 선택지는 다양하지만, 역할이 제각각이라 상황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가 아플 때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전문가들 또한 현재 시행 중인 여러 제도 간 연계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달빛어린이병원과 공공심야약국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원을 강화해 운영 기관 수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지역 한 약사는 “정부가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과 공공심야약국의 연계를 고민해야 한다”며 “의·약사가 함께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면 심야 시간에 헤매는 환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을 강화해 달빛어린이병원과 공공심야약국 수를 늘리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운영 기관 수가 적다는 한계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확대해 의약품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편의점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는 접근성이 뛰어난 편의점을 활용해 심야 시간 환자들이 자유롭게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상비약 시민네트워크 관계자는 “편의점 안전상비약은 많이 쓰이고 있지만, 최근 판매 중인 품목이 줄어들어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가 어린이용 해열제부터 시민들에게 필요한 품목들을 추가하면서 의약품 접근성을 늘릴 방법을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서울지역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한 의사는 “심야 시간에 응급실이 제대로 환자들을 수용하지 못한 결과가 여러 제도가 난립하도록 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응급의료 체계를 정비해 환자들이 방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