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코리아가 올해로 한국 진출 30주년을 맞았다. 1995년 외국 자동차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한국에 법인을 세운 BMW는 당시 연간 7000대도 팔리지 않던 시장에서 출발해, 30년 동안 누적 판매 80만대를 넘긴 수입차 1세대 브랜드로 성장했다.
BMW는 오랜 시간 ‘운전의 즐거움’을 내세워 한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문화를 바꿔왔다. 영종도 드라이빙 센터, 전국 네트워크 전시장, 정비사 양성 프로그램 등 ‘체험형 브랜드’의 기반을 다지며 시장을 넓혔다. 그러나 30년 차에 접어든 지금 BMW코리아는 새로운 과제와 맞서고 있다. 성장의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구조를 다지는 시기에 들어선 것이다.
BMW코리아의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5조9918억원, 전년(6조1066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363억원, 순이익은 13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6%, 22% 감소했다.
재고자산도 늘었다. 2024년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5044억원으로, 전년(1조2126억원) 대비 24% 증가했다. 완성차(성품) 재고는 2440억원에서 4664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다. 판매 둔화 속 수입 물량이 유지되면서 ‘재고가 쌓이는 둔화기’로 진입한 셈이다.
이익은 줄었지만 본사로의 현금 회수는 강화됐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중간배당 1539억원, 기말배당 1189억원, 총 2728억원을 모회사인 BMW홀딩 B.V(네덜란드)에 지급했다. 전년 (241억원)보다 10배 이상 많다.
배당성향은 205%로, 지난해 벌어들인 순이익의 두 배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급한 셈이다. BMW코리아의 배당금 2728억원은 BMW홀딩을 거쳐 BMW AG(독일 본사)로 흘러가는 구조다. BMW그룹 차원에서 한국 법인을 통한 현금 환류 속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BMW의 배당 확대는 단기적 재무 조정의 결과이지만, 그 배경에는 한국 시장의 위상이 달라진 현실도 깔려 있다. 과거 ‘신흥 수입차 시장’이었던 한국은 이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주요 시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입 승용차 연간 등록 대수는 1995년 6921대에서 2024년 26만3288대로 38배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차의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0.6%에서 18.3%로 확대됐다. 이제 국내에서 판매되는 승용차 다섯 대 중 한 대는 수입차다.
이같은 시장 구조 변화 속에서 BMW코리아 역시 브랜드 경험 중심의 전략을 넘어 기술·서비스 중심의 거점형 법인으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BMW코리아는 약 950억원을 투입해 인천 영종도에 드라이빙 센터를 조성했으며, 개장 이후 누적 방문객은 160만명을 넘는다. BMW 관계자는 “사실 드라이빙 센터 운영은 BMW에 적자지만,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경험시킬 중요한 기회이기에 계속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R&D 인프라도 강화됐다. 지난해 4월 기존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 센터에 있던 R&D 센터를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확장 이전해 BMW 그룹 R&D 센터 코리아로 새롭게 개관했다.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은 약 265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약 265억원) 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2024년에는 다시 3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지만, 2023년 한 해 동안은 부품 물류센터 확충과 차량 운용 자산 확보 등 대규모 투자 집행을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BMW코리아는 공식 딜러사와 연계된 정비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금까지 약 2200명의 전문 인력을 배출했다. 부품 공급망 강화를 위해 2017년에는 1300억원을 투자해 안성 부품물류센터를 건설했고, 2027년까지 650억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이 같은 인프라 확충은 단기 실적 개선보다 브랜드의 지속성 확보와 서비스 체계 강화를 목표로 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인프라 확충이 곧바로 소비자 신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BMW코리아는 2018년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으로 인한 차량 화재 사태 이후 서비스센터 확충과 전기차 정비 인력 양성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한 부품 수급 지연과 긴 대기시간 문제에 대한 지적은 BMW코리아가 풀어야 하는 숙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BMW는 단순히 차를 파는 기업이 아니라, 드라이빙 센터 운영과 사회공헌, 정비사 양성 프로그램 같은 브랜드 가치 활동을 꾸준히 해온 회사”라며 “이런 활동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로 이어졌고, 특히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젊은 구매층까지 흡수한 것이 BMW의 경쟁력”이라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BMW에게 한국은 테스트베드이자 가장 까다로운 시장”이라면서 “딜러 중심 서비스 구조와 부품 재고 부담 때문에 AS 만족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 불편을 빠르게 해결하는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앞으로는 ‘선택받는 브랜드’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BMW코리아는 한국 진출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슬로건 ‘운전의 즐거움, 내일의 새로움으로’를 내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