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검찰총장 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1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7월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의 자진 사퇴 이후 직무대행을 맡은 지 4개월 만이다. 노 대행의 사퇴로 ‘대행의 대행’ 체제가 되면서 검찰 수뇌부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됐다.
대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금일 노 대행은 사의를 표명했다. 자세한 입장은 퇴임식 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일선 검사장부터 평검사까지 구성원들의 집단 용퇴 요구를 받자 전날 휴가를 내고 자택에서 거취를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이후 검찰 내부에서 책임론이 확산하면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정치권 논란까지 번지자 더는 직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행은 이날 오전 서초구 대검 청사 출근길에 ‘용퇴 요구에 입장이 있느냐’, ‘이진수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수사지휘권 관련 언급을 들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노 대행의 사퇴 요구의 발단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이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 시한인 지난 7일 자정까지 항소하지 않았다.
중앙지검 공판팀은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법리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항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지검장 전결 등 방법으로 항소장을 제출해야 한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러나 대검 수뇌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대검 결정에 법무부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 내부에서는 노 대행의 책임론과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맡았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를 비롯한 일선 검사들 사이 항소 포기 결정에 대한 비판글이 잇따랐다.
전국 일선 검사장 18명도 집단 입장문을 내고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으며, 지청장 20명도 유사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변호사단체에서도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을 촉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대행의 대행’ 체제 돌입…검찰 수뇌부 공백 불가피
노 대행이 물러나게 되면서 검찰 조직은 ‘대행의 대행’ 체제로 비상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서열상 선임인 차순길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직무를 맡게 된다. 과거 2009년과 2022년에도 총장과 차장이 모두 공석이 돼 선임 부장이 총장 권한을 대행한 사례가 있었다.
노 대행의 사표는 법무부와 대통령실을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한다. 사표가 수리되면 노 대행은 2012년 중앙수사부 폐지에 대한 조직 내 반발로 물러난 한상대 전 총장 이후 13년 만에 조직 내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검찰 수장이 된다.
앞서 노 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연구관이 사퇴를 요구한 자리에서 “용산·법무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신도 힘들었다는 취지로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대검 과장들과의 비공개 면담에서는 이진수 법무부 차관으로부터 항소 관련 우려를 전달받았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법무부로부터 압박을 받았다는 점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그런 적이 없다며 맞받았다. 정 장관은 12일 “제가 (수사를) 지휘하려 했다면 서면으로 했을 것”이라며 “일선청에서도 지휘로 받아들였다면 서면으로 요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의 항소 포기를 둘러싼 외압 의혹을 제기하자 이같이 반박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와 관련해선 “항소에 반대한 것은 없다”며 대통령실과도 상의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차관도 노 대행과 통화한 건 맞지만 선택지를 제시하거나 지휘권을 행사한 적은 없다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