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안착하면서 사실상 ‘뉴노멀’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외환 수급 불균형과 대외 리스크가 겹치며 환율 상단이 1500원까지 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통화당국은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변동성 완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4.2원 오른 1471.9원에 장을 시작했다. 장 초반 상승폭을 키우면서 1474.90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 고점은 미국발 관세전쟁이 본격화된 시기인 지난 4월9일 1487.6원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6월 말 1350원대에서 꾸준한 오름세로 지난달부터 1400원을 돌파한 뒤 이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정부 셧다운과 엔화 저평가 흐름, 대규모 대미 투자 우려 등이 맞물린 여파로 풀이된다.
특히 원화는 주간 기준 달러화 대비 2% 이상 약세를 보이면서 기타 통화 대비 가장 저평가 받고 있다. 원화의 주간 달러화 대비 절상률은 -2.1%에 달한다. 베트남 동(-0.1%), 대만 달러(-0.4%), 일본 엔(-0.4%), 필리핀 페소(-0.7%) 등을 뛰어넘은 수준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FOMC 이후 미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소폭 후퇴한 영향도 있지만, 국내 투자자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환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라며 “이달 들어 외국인이 12일까지 코스피에서 누적 7조7000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한 점도 국내 환율 상승 재료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1500원대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환율 상승세를 부추길 것이란 전망이다. 오 연구원은 “현재 지속되고 있는 국내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상방 압력이 지속되는 점,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에 따른 코스피 조정 가능성. 한국은행 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로 인한 외국인 국채 매도가 이어질 경우 1500원대까지 상방이 열려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진정시키고자 구두 개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국의 발언이 나오자 원·달러 환율은 15원 이상 내린 1459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해외투자에 따른 외환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는 경우 시장 참가자들의 원화 약세 기대가 고착화 돼 환율 하방 경직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가용 수단을 적극 활용하여 대처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투자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에 도달할 경우 정부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480원대에서는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나 당국의 미세조정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급격한 추가 환율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며 “환율 상승세 진정을 위해서는 강달러 압력이 뚜렷하게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