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협상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공개된 가운데 여야의 평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결실”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협상력을 높이 평가한 반면, 국민의힘은 “총론적 합의에 그친 깜깜이 협상”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국회 브리핑에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익을 지키고 한미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킨 결과”라며 “국민의 신뢰, 그리고 발로 뛰어 주신 공무원·기업인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의 결실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핵추진 잠수함 건조 추진,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미 해군 함정의 국내 건조를 위한 제도적 검토 등 협상 내용을 언급하며 “안보·조선 분야에서 굵직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과 전작권 환수를 통한 한반도 방위 의지 천명도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부산 동구에 있는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협상력을 치켜세웠다. 그는 “비상계엄, 내란, 탄핵 파면과 대선을 거치며 악조건이 많았지만, 이 대통령의 실용·국익 추구 외교는 다른 나라보다 훨씬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APEC 성과에 이어 관세 협상도 국익 측면에서 매우 잘된 협상”이라며 “핵추진 잠수함 추진도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협상이 “국민적 의혹 해소와는 거리가 먼 깜깜이 협상”이라고 성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대표 초청 중견기업 간담회’에서 “이번 합의는 구체적 내용이 거의 없는 총론적 합의에 그쳤고, 사실상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춰준 무역 협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일 투자 팩트시트와 비교해도 매우 불확실하며,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데 한참 못 미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국회 비준 절차를 피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비준 없는 관세협정은 국익을 지키지 못할 뿐 아니라, 국민 동의 없이 부담만 떠넘기는 위헌적 행위”라며 “비준을 패싱하려 한다면 정치·경제적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디테일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결국 선언적 문구 하나 얻어온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우라늄 농축·재처리 권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미국이 ‘지지한다’가 아니라 ‘절차를 지지한다’고 밝혔을 뿐”이라며 “장기간의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사안인데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라”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한미 관세협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 입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당정은 ‘대미 투자특별법’에 담길 내용을 정리한 뒤 국민의힘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정부와 국회가 협의해 특별법에 담길 내용과 방식을 조율한 뒤 야당과 논의하는 절차가 주말부터 진행될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 내용과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