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자원 전쟁 속 고려아연 역할 커지나…글로벌 전략광물 저변 확대 [글로벌 제련기업으로, 고려아연①]

미중 자원 전쟁 속 고려아연 역할 커지나…글로벌 전략광물 저변 확대 [글로벌 제련기업으로, 고려아연①]

-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 넘어 게르마늄·갈륨 생산라인 확대
- 美 손잡고 탈중국 공급망 확대…국내 유일 전략광물 공급망 구축
- 십수 년 전부터 준비한 광물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류 타고 성과로

기사승인 2025-11-18 06:00:12 업데이트 2025-11-18 07:46:18
울산 울주군 소재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제공 

미중 희토류 전쟁을 계기로 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자원 안보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략광물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고려아연이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전략광물 허브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부터 2027년 12월까지 약 557억원을 들여 울산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2028년 상반기 시운전을 마치고 상업 가동에 돌입하면 연간 약 15만5000톤(t)의 갈륨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와 LED, 고속 집적회로 등 주요 첨단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갈륨은,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핵심광물 33종 중 하나로 지정돼 특별 관리 대상이다. 미국 정부 역시 에너지법에 따라 정한 ‘Critical Minerals’ 목록에 갈륨을 포함해 국가 안보 측면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갈륨 생산량 약 762톤의 98.7%(202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통제 과정에서 규제 1호 품목으로 갈륨을 지정하는 등 전 세계 공급망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고려아연은 향후 갈륨 생산 본격화 시 해당 공정의 부산물에서 또 다른 전략광물이자 반도체·재생에너지 산업 필수 희소금속인 인듐까지 연간 16톤 이상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앞서 게르마늄에 이은 전략광물 생산능력 확장의 일환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8월, 연간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GeO₂)을 게르마늄 메탈 환산 기준으로 약 10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2028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맞물려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려아연이 중국·북한·이란·러시아 이외 국가에서 제련(채광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 포함)한 게르마늄을 록히드마틴에 공급해,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확충이 양국 기업 모두에 가능해질 전망이다. 게르마늄 역시 중국이 글로벌 생산량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군수·방위산업의 필수 소재인 안티모니(Antimony)의 경우 지난 6월 안티모니 잉곳(메탈) 20톤을 수출하며 미국 직접 수출을 본격화한 후 지난 8월 20톤, 10월 50톤을 각각 수출해 수출 활로를 안정화했다. 올해 미국에만 100톤가량을 수출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240만톤을 수출하는 게 목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왼쪽)이 온산제련소 내 게르마늄 설비 신설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이처럼 고려아연은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는 물론, 게르마늄, 갈륨 등 전략광물 생산라인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미국의 핵심광물 54종 중 14종을 직접 생산하는 등 ‘국내 유일’ 타이틀을 넘어 글로벌 자원 전쟁의 핵심 역할로 커가는 셈이다.

기간산업에 속하는 제련업 특성상 사업영역 및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고려아연이 미중 자원 전쟁 등 현재 불거진 자원 안보 이슈에 최근 대응에 나선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대비했기에 가능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2010년대부터 제련업을 바탕으로 한 미래 먹거리 구상에 나서 광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왔다.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자원순환 사업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을 추진했다.

다변화된 광물 라인업은 시류를 타고 호실적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안티모니 누계 판매액은 2500억원을 돌파했으며, 인듐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약 400억원의 3분기 누계 판매액을 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고려아연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원을 돌파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103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유지했다.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한창 가속하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모든 첨단산업에 걸쳐 있는 전략광물 시장의 점유율을 더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달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고려아연은 전략광물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갖고 있다”며 “안정적인 전략광물 공급망을 구축해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