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희토류 전쟁을 계기로 양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자원 안보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략광물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고려아연이 이러한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전략광물 허브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부터 2027년 12월까지 약 557억원을 들여 울산 온산제련소에 갈륨 회수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다. 2028년 상반기 시운전을 마치고 상업 가동에 돌입하면 연간 약 15만5000톤(t)의 갈륨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와 LED, 고속 집적회로 등 주요 첨단산업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갈륨은,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핵심광물 33종 중 하나로 지정돼 특별 관리 대상이다. 미국 정부 역시 에너지법에 따라 정한 ‘Critical Minerals’ 목록에 갈륨을 포함해 국가 안보 측면에서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갈륨 생산량 약 762톤의 98.7%(202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희토류 수출통제 과정에서 규제 1호 품목으로 갈륨을 지정하는 등 전 세계 공급망 필요성이 대두됐다. 특히 고려아연은 향후 갈륨 생산 본격화 시 해당 공정의 부산물에서 또 다른 전략광물이자 반도체·재생에너지 산업 필수 희소금속인 인듐까지 연간 16톤 이상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앞서 게르마늄에 이은 전략광물 생산능력 확장의 일환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8월, 연간 고순도 이산화게르마늄(GeO₂)을 게르마늄 메탈 환산 기준으로 약 10톤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2028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신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맞물려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려아연이 중국·북한·이란·러시아 이외 국가에서 제련(채광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 포함)한 게르마늄을 록히드마틴에 공급해,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확충이 양국 기업 모두에 가능해질 전망이다. 게르마늄 역시 중국이 글로벌 생산량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또 다른 군수·방위산업의 필수 소재인 안티모니(Antimony)의 경우 지난 6월 안티모니 잉곳(메탈) 20톤을 수출하며 미국 직접 수출을 본격화한 후 지난 8월 20톤, 10월 50톤을 각각 수출해 수출 활로를 안정화했다. 올해 미국에만 100톤가량을 수출할 계획이며, 내년에는 240만톤을 수출하는 게 목표다.
이처럼 고려아연은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는 물론, 게르마늄, 갈륨 등 전략광물 생산라인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미국의 핵심광물 54종 중 14종을 직접 생산하는 등 ‘국내 유일’ 타이틀을 넘어 글로벌 자원 전쟁의 핵심 역할로 커가는 셈이다.
기간산업에 속하는 제련업 특성상 사업영역 및 생산라인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고려아연이 미중 자원 전쟁 등 현재 불거진 자원 안보 이슈에 최근 대응에 나선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대비했기에 가능한 성과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2010년대부터 제련업을 바탕으로 한 미래 먹거리 구상에 나서 광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왔다.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자원순환 사업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주축으로 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신사업을 추진했다.
다변화된 광물 라인업은 시류를 타고 호실적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 안티모니 누계 판매액은 2500억원을 돌파했으며, 인듐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약 400억원의 3분기 누계 판매액을 달성했다. 이를 기반으로 고려아연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원을 돌파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103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유지했다.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이 한창 가속하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모든 첨단산업에 걸쳐 있는 전략광물 시장의 점유율을 더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달 29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고려아연은 전략광물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갖고 있다”며 “안정적인 전략광물 공급망을 구축해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