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發 ‘합작 구조조정’ 첫 시동…자율 개편안 속도 붙나 

대산發 ‘합작 구조조정’ 첫 시동…자율 개편안 속도 붙나 

기사승인 2025-11-18 14:15:32
대산석유화학단지 전경. 서산시 제공

정부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기조 속에서 대산 석화단지의 합작·통합이 시작되며 업계 전반 사업 재편의 도화선이 켜졌다.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컬이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을 통해 대산 지역 설비 통합과 투자 재배치를 구체화하면서, 정부도 관계 부처 합동으로 합의안 이행을 위한 지원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이번주 각각 이사회를 열어 대산 산단 내 양사 석화 설비를 통폐합하는 내용의 사업재편안을 정식 승인할 계획이다. 앞서 양사는 재편안 초안을 정부에 제출해 세부 협의까지 마무리했으며, 이는 지난 8월 10개 석유화학 기업의 자율 협약 이후 사실상 첫 구조조정안 확정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편안은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 NCC 설비 등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 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이 40%를 출자한 회사지만, 거래 이후 지분은 양사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될 전망이다.

이번 설비 통폐합으로 양 사의 중복 부문을 정리됨으로써 손실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유, 석화 복합 단지라는 대산의 특성을 바탕으로 NCC/PO/BTX 라인 최적화와 에너지 통합, 유틸리티 공동화를 구현할 수 있어 원가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설비 이관, 현물, 현금 출자는 재무 부담을 분산하면서 사업 회복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해법으로 꼽힌다.

롯데케미칼 측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동시에 가동하던 NCC를 단순히 합치는 것만으로는 시너지가 제한적이지만 손실 축소에 초점을 맞춘다면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라며 “현재 손실 수준을 크게 줄이거나 수천억원 규모의 수익성 제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는 석화산업 회복을 위한 속도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연내까지 사업 재편안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이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현물 출자 등을 통해 회사 간 공장을 넘기고 주식을 넘겨받는 방식이 신속한 논의를 진행시키는 데 가장 적합한 방식이 아니었겠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에 걸맞는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는 ‘선(先) 자구 노력, 후(後) 지원’ 원칙을 기조로, 일본의 산업재생법을 본뜬 기업활력법(원샷법) 적용과 규제 완화를 통해 업계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다만 현행법으로는 대산 단지 통합의 실질적 걸림돌인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최대 120일 소요), 주식매수청구권 부담, 세금 문제 등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원이 대부분 ‘과세 이연’이나 3~5년짜리 ‘규제 유예’에 그치기 때문이다. 삼일PwC에서 지난 8월 발간한 보고서는 현행 원샷법에 ‘실질적 인센티브’가 빠져있다고 지적하며 일본 사례를 통한 개편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일본이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으로 제조업 활력을 불어넣었던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행 ‘과세 이연’ 위주 세제 지원을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 현금성 지원으로 전환하고, ‘일시적 유예’에 그치는 지주회사 규제 등은 성과 달성 시 ‘영구 면제’ 트랙을 도입하며, 대형 구조조정에 한해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을 완화하는 등 파격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석화산업의 재편을 위해 정부 주도로 규제 완화 및 금융·세제 인센티브 제공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업계 스스로의 강력한 자구노력이 수반되어야 속도감 있는 전환이 가능하다”며 “선제적 자구 노력과 정부 지원을 연계하는 전략적 접근으로 산업 연쇄 붕괴를 막고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