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 형사 재판이 연이어 중계되면서 재판장의 지휘 방식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동일한 사건임에도 재판장의 성향과 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재판 역시 대비되는 모습이 두드러지고 있다.
단호함·원칙으로 재판 주도하는 이진관 판사
한덕수 전 총리 사건의 재판을 진행 중인 이진관 부장판사는 직선적이고 단호한 법정 운영으로 주목 받고 있다. 그의 스타일은 소송지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여 재판의 신속성과 권위를 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 부장판사는 소송지휘권을 행사하며 증인 신문에 적극 개입하는 한편, 법정 질서 위반 시에는 엄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한덕수 사건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불출석하자 각각 과태료 500만원과 구인영장을 부과했다. 윤 전 대통령과 장관들 모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이 부장판사는 “정당한 사유 없는 출석 거부”라고 봤다.
최근에는 김 전 장관 측 변호인이 ‘신뢰관계인 동석’을 요구하며 법정에서 항의하자 감치 15일을 선고하며 강경한 모습을 보여줬다. 감치는 법원이 법정의 질서를 해친 사람을 일정 기간 가두어 두는 것으로, 법정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이다.
이 부장판사는 수원지법, 서울고법 등 주요 법원을 거치며 탄탄한 경력을 쌓은 원칙주의자로 통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백현동 의혹 사건의 재판을 담당한 그는 재판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과 법리적 쟁점을 꼼꼼히 따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방식은 재판의 효율성과 법 앞의 평등을 강력히 구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입 최소화·중립성 강조하는 지귀연 판사
반대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을 맡은 지귀연 부장판사의 경우 부드럽고 유연한 운영 방식으로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스타일은 절차적 공정성과 당사자의 방어권 보장에 중점을 둔다.
지 부장판사는 재판에 개입하는 것을 최대한 삼가며, 검사와 변호인 측 모두에게 동등한 발언 기회를 주는 것을 중시한다. 검사와 변호인이 증인 신문을 하고 있을 때 중간에 신문을 끊고 직접 물어보는 경우도 드물다.
대신 재판 과정에서 양측의 공방이 격화될 때는 직접 중재에 나선다. 지 부장판사는 재판 중 “방금 하신 말씀은 녹취서에 남겨두겠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당장 판단하기보다는 절차와 기록을 우선하는 방식을 택해 향후 심리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정치적 민감성이 큰 사건에서 사법적 자제를 통해 오직 법리와 기록에 근거하여 판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 부장판사는 과거 유아인 마약 투약 혐의 사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사건 등 사회적으로 굵직한 대형 사건들을 맡아왔다. 때로는 일반적인 예상을 빗나가는 판결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법률과 헌법에 근거해 표현의 자유와 평등권을 중요하게 보고, 사법적 자제를 강조하는 법리적 소신을 가졌다는 평가다.
재판 중계에 시민 반응 ‘분분’
두 판사의 재판 장면이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되며 온라인상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시민들은 상반된 진행 스타일을 두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진관 판사를 향해서는 “이런 판사들이 많아져야 사법부가 산다”, “대쪽 같은 판사님 응원한다. 법 앞의 평등을 보여달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강력한 법 집행과 효율성을 지지하는 반응이다.
지귀연 판사의 경우 “재판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려는 모습이 보인다”, “법리에 충실한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부드럽지만 공정하게 재판을 진행하는 것 같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절차적 중립성을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다. 다만 “변호인에게 지나치게 끌려다닌다”는 비판도 있다.
두 재판장의 대비되는 리더십은 궁극적으로 사법부가 재판의 효율성과 절차적 공정성이라는 두 가치를 어떻게 균형 있게 추구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