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올해 A매치를 6승3무1패라는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다만 승리와 별개로 좋지 않은 경기력을 노출하며 내년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남자축구 대표팀은 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 A매치를 1-0으로 승리하며 올해 A매치 일정을 마무리했다.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을 제외한 10경기에서 6승3무1패를 기록했으며 패배 역시 브라질전 단 한 경기였다. 성적만 놓고 보면 충분히 긍정적인 결과다.
그러나 월드컵을 7개월 앞둔 시점에서 ‘홍명보호’ 경기력은 여전히 불안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특히 중원 조합, 빌드업, 압박 조직력 등 핵심 전술 요소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연결고리 사라진 중원…볼리비아·가나전 모두 ‘무기력’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중원 구성이다. 11월 볼리비아·가나전에서 모두 중원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며 전반전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볼리비아전에서는 포백을 토대로 김진규·원두재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지만, 상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해 전반전 내내 빌드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손흥민의 선제골이 나오고 나서야 공 흐름이 안정됐다.
스리백으로 나선 가나전에서도 문제는 반복됐다. 권혁규와 옌스 카스트로프가 중원을 맡았지만 호흡이 맞지 않았고, 후반 김진규·서민우가 투입되기 전까지 슈팅 1개에 그치는 등 무기력한 장면을 보였다.
주전 미드필더 황인범의 부재는 감안해야 하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투입됐음에도 중원이 공격·수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것이 뚜렷했다. 새로운 선수들을 테스트했지만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기존 선수들의 역할만 다시 한 번 부각됐다.
중원 부재 → 롱볼 빌드업 → 손흥민 고립 악순환
중원이 제 기능을 못하며 후방 빌드업도 흔들렸다. 공이 돌지 않자 후방에서는 손흥민을 향한 롱볼을 반복적으로 시도했지만 공중 경합이 강점이 아닌 손흥민에게 유리한 방식이 아니었다.
가나전에서는 권혁규가 내려오며 포백을 구성하기도 했지만 전술적 의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미미했다. 오히려 이강인이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빌드업을 도우며 공격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졌고 정작 그가 가장 위협적인 하프 스페이스에서 오래 머물지 못했다.
윙백 설영우·이태석 역시 측면에서 고립됐다. 두 선수는 전술적으로 수비에 치중하며 전진성이 부족했고 지원도 미미해 백패스를 반복하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강팀을 상대로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택할 수는 있으나 빌드업 취약으로 인해 상대 압박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수비만 하게 되는 악순환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오히려 윙백과 센터백의 전진을 통한 더 적극적인 빌드업이 월드컵에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계속된 압박 실패…수비 라인 간격도 무너져
9월 이후 A매치에서 대표팀은 수비 시 압박에서도 지속적으로 허점을 드러냈다.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 미스로 위험 지역에서 공을 내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 순간 조직적인 압박이 이뤄지지 않아 실점 위기 상황이 반복됐다.
특히 미드필더와 수비 라인의 간격이 벌어져 있었고 수비 라인조차 한 번에 압박에 들어가지 못하는 장면이 잦았다. 스리백의 왼쪽 스토퍼로 나선 김민재가 대부분 전진 압박을 시도했지만 나머지 수비진과 호흡이 맞지 않으며 상대에게 기회를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나전에서도 역습 상황을 여러 차례 허용했다. 양 윙백에게 수비적 역할을 맡겼음에도 팀 전체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 역시 해결해야 할 부분으로 지적된다.
이는 9월 브라질전에서 확실하게 드러난 문제점이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팀으로 싸우는 방법을 찾자는 이야기를 했다”며 “오늘 배웠던 것들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A매치에서도 비슷한 허점이 반복되며 뚜렷하게 개선된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스리백 전술이 기대만큼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월드컵 본선에서 마주하게 될 강팀과 경기가 부담이다. 지금처럼 내용은 부족하지만 간신히 승리하는 방식으로 더 높은 곳을 향하기에는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을 상대한 오토 아도 가나 감독은 “일본은 굉장한 강팀이지만 한국과 가나는 아직 그 수준이 아니”라는 뼈아픈 말을 남겼다. A매치를 통해 드러난 중원 재정비, 빌드업 안정화, 조직적인 압박 체계 확립이라는 과제들을 홍명보 감독이 남은 7개월 동안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