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외식 문화까지 바꿨다…K-치킨, 어떻게 미국·동남아 소비자 잡았나

현지 외식 문화까지 바꿨다…K-치킨, 어떻게 미국·동남아 소비자 잡았나

기사승인 2025-11-25 06:00:09
그래픽. 한지영 디자이너

국내 치킨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무대로 해외 시장을 택하고 있다. 미국·동남아·중동 등에서 사업을 넓히는 치킨 브랜드가 늘며 ‘K-치킨’의 글로벌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내 정체, 해외는 기회…치킨업계 ‘탈내수’ 가속

22일 업계에 따르면 BBQ·교촌·bhc 등 주요 치킨 기업들은 미국·동남아 등지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BBQ는 57개국 7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교촌치킨도 최근 미국 1호점 리뉴얼과 중국 외식기업과의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전선을 넓히고 있다. 다이닝브랜즈그룹의 치킨 브랜드 bhc 역시 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 시장 기반을 넓혀가는 중이다.

bhc의 미국 6호점이자 네 번째 가맹점인 ‘bhc 뉴저지 포트리점’은 내년 1월 신규 오픈 예정이다. bhc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들었지만, 해외는 K-푸드 열풍으로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며 “bhc의 맛과 품질이 글로벌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해외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 글로벌 외식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단순한 양적 확장이 아니라, 국가별 특성에 맞춘 ‘현지화 메뉴’ 전략을 중심에 두고 안정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며 “성공적인 진출국을 거점으로 삼아 인접 국가로 넓혀가는 단계적·효율적 확장 전략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BBQ는 미국에서의 성과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확대와 다른 국가 진출 시 신뢰도 제고로 이어지는 만큼, 해외 사업의 중심축을 미국 시장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 50개 주 중 33개 주에 매장을 두고 있으며, 미국·캐나다를 포함한 미주 지역에서 약 45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BBQ는 미국에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시장이 확장되는 구조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해외 러시’는 국내 시장의 성장 정체와 맞물려 있다. KPMG 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외식 프랜차이즈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BHC·교촌·BBQ 등 주요 치킨 기업들은 최근 3년간 매출이 증가했음에도 성장률은 점차 둔화되고 있다. BHC의 2021~2023년 연평균 성장률은 0.3%에 그쳤고, 교촌은 7.2%, BBQ는 12.3%였다.

내수 경쟁 강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647개로, 피자(239개), 주점(523개), 제과제빵(303개)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국내 시장의 경쟁 과열이 심화되면서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성장 돌파구를 찾는 흐름이 감지된다.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BBQ가 뉴욕 타임스스퀘어 정중앙에 위치한 원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BBQ 브랜드 광고를 송출했다. 제네시스 BBQ 제공

한류 넘어 ‘치킨류’…글로벌 시장이 움직인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식 치킨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로스 마켓 리포트’(Growth Market Report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한국식 프라이드치킨 레스토랑 시장 규모는 62억달러(약 8조3000억원)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한국식 치킨 시장이 2033년까지 연평균 8.7% 성장해 131억달러(약 17조6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세의 배경으로는 한류 콘텐츠 확산, 다양한 양념과 조리 방식에 대한 선호 증가, 현지화 전략을 반영한 메뉴 혁신 등이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K-팝·K-드라마·한국 영화 등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식 치킨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는 추세다.

필리핀에 거주하는 실(31)씨는 “한국 식당이 엄청 많다. 친구들이랑 주말에 외식하러 가면 선택지가 거의 늘 한국 음식일 정도”라며 “한국식 치킨부터 삼겹살, 라면, 카페까지 다 있어서 굳이 한국에 가지 않아도 K-푸드를 자주 접할 수 있다. 특히 치킨은 다양한 브랜드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미국 등 북미에서는 이미 ‘K-치킨’이 하나의 외식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미국 식품 트렌드 분석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영업 중인 한국식 치킨 프랜차이즈 7개 브랜드의 매장 수는 405곳으로, 1년 만에 22% 증가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남아공에서도 K-푸드의 존재감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남아공 양계협회가 지난 6월에 발표한 ‘남아공 가금류 산업 통계 요약 2024’에 따르면, 남아공의 1인당 연간 닭고기 소비량은 약 36㎏ 수준으로, 전체 육류 소비의 절반을 넘어서는 등 닭과 관련된 식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증권가 역시 해외 확장을 핵심 성장 축으로 보고 있다. DS투자증권은 지난 1월 교촌에프앤비 보고서에서 국내 시장 성장세 둔화로 해외 가맹 사업이 핵심 성장축으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교촌의 해외 매장 수가 2021년 65개에서 2023년 74개, 올해 100개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 중심의 가맹 사업 본격화로 로열티·소스 수출 등 고마진 구조가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국내서는 비용 부담도 커지고, 매장도 많은 반면 해외에서는 한류 영향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인들이 한국 먹거리에 관심이 없으면 나갈 수가 없는데, 관심 자체가 커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도 늘어난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이예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