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에 한 번 온다는 눈 속에서의 5분, GV60 마그마가 깨어나다 [시승기]

10년에 한 번 온다는 눈 속에서의 5분, GV60 마그마가 깨어나다 [시승기]

젖은 노면이 만든 ‘실전’ 환경 속 GV60 마그마 동승기
부스트까지 준비된 전동화 고성능
전기차에서 들려온 ‘배기음’까지

기사승인 2025-11-24 16:45:10 업데이트 2025-11-24 17:03:42
현대모터스포츠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GV60 마그마를 탑승했다. 제네시스

 

‘10년에 한 번 온다’는 눈이 프랑스 르카스텔레를 뒤덮은 날,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10년 만에 첫 럭셔리 고성능 전동화 모델 ‘마그마’를 선보였다. 눈을 거의 볼 수 없는 이곳에서 흩날린 이례적 눈발처럼, 제네시스 첫 고성능 전동화 모델 ‘GV60 마그마’는 브랜드 역사에서 보기 드문 순간을 상징했다. 눈이 퍼붓던 젖은 서킷 위에서 경험한 마그마의 질주는, 마그마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제네시스의 다음 10년이 어떤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가 분명히 보여준 순간이었다.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르카스텔레의 폴 리카르 서킷에는 GV60 마그마, G70 트랙 택시, G90 윙백 콘셉트 등 다양한 제네시스 차량이 전시되어 있었다. 당일 오전부터 약 2~3시간 동안 굵은 눈이 쏟아지며 서킷 곳곳은 젖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조건이었지만, 오히려 이 악조건이 드라이버의 능력 및 차량의 제어 능력과 주행 밸런스 등 제네시스가 말하는 ‘고성능의 본질’을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줬다.

GV60 마그마. 젖은 노면에서 확인한 ‘편안한 고성능’

뒷좌석에서 바라본 GV60 마그마 실내. 김수지 기자 

 

GV60 마그마는 제네시스가 말해온 ‘역동성과 우아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여기에 힘 있는 주행 성능을 더한 모델이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블랙 톤으로 차분하게 꾸며져 있었고, 곳곳에 마그마를 상징하는 주황색 포인트가 더해져 있었다. 시트 스티치나 실내 일부에 들어간 주황색이 블랙 톤과 자연스럽게 대비되면서, 고급스러운 분위기 안에서 마그마만의 개성을 은은하게 드러냈다. 버킷 시트는 몸을 단단히 잡아주면서도 오래 앉아 있어도 부담이 적은 시트였다. 

GV60 마그마는 전기차임에도 차량 외부에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어 강렬한 배기음을 들을 수 있었다. 전기차에서 이런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차의 성격을 한층 더 선명하게 만들어줬다. 

무거운 전기차가 젖은 노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음에도, 마그마는 가속과 감속이 모두 자연스러웠다. 직선 구간에서는 전기모터 특유의 힘이 빠르게 살아나며 차가 앞으로 부드럽게 빨려 나갔다. 

감속 구간에서는 앞뒤 모터를 활용해 제동감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방식이 적용돼 트랙 주행의 흐름을 깔끔하게 이어주는 느낌이었다. 드라이버가 패들 시프트를 이용해 가상 기어 변속을 함께 쓰면 주행 리듬이 더 살아났다. 패들을 당길 때마다 차가 반응하는 느낌이 선명하게 들어와, 조수석에서도 몰입감이 더 짙어졌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제동이 갑자기 꽂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져 안정감을 줬다. 노면이 젖어 있는 상황에서도 차체가 불필요하게 흔들리지 않았고, 어느 지점에서 제어가 도와주는지 뒷좌석에서도 또렷하게 느껴졌다. 제네시스가 말하는 ‘럭셔리 고성능’이라는 표현이 실제 움직임으로 전달된 순간이었다. 

부스트 모드, 스프린트 모드까지 갖춘 마그마의 고성능
GV60 마그마 스티어링 휠에는 '부스트'가 탑재돼 있다. 김수지 기자

GV60 마그마의 성격은 스프린트 모드에서 더 분명해진다. 페달 반응이 즉각적으로 바뀌고, 모터와 서스펜션의 움직임까지 모두 스포티한 세팅으로 전환된다. 이 모드에서는 650 마력의 힘이 차량을 단번에 끌어당기는데, 가속 페달을 깊게 밟는 순간 배기음 사운드와 함께 몸이 시트에 파고드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왔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가속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기능들이 자동으로 준비된다는 것이다. 별도의 조작 없이 페달만 90% 이상 깊게 밟는 것만으로도 부스트가 활성화되고, 이에 따라 직선 구간에서는 힘을 모아서 그대로 밀어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마그마의 전동화 고성능 세팅은 젖은 노면에서 더 명확하게 드러났다. 제네시스가 강조해온 ‘편안한 고성능’이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라, 실제 서킷 같은 극한 조건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